▲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세계에 “한국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인도에서 열린 G20 고용노동장관회의에서 발언이다.

현실은 달랐다. 대리기사·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부가 고용·산재보험료만 걷어갈 뿐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국가 주도 보험사기’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고발했다.

“보험료 걷던 정부, 권리 보장엔 어디 갔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이 확대된 건 사실이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취지 아래 2020년 12월부터 고용보험 대상을 확대했고, 현재 대리기사·배달기사 등 18개 특수고용직이 적용받고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 지난달 1일부로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면서 플랫폼 노동자도 의무적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사회보험 제도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고용보험의 경우 부분실업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실업급여 받기가 어렵다. 이창배 대리운전노조 교육국장은 “대리기사는 1년에 2번 사고를 내면 자동차보험 갱신이 안 돼 일을 할 수 없다.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사실상 해고로 이어진다”며 “전속성이 없는 대리기사들이 일부 회사에서 보험 갱신 거절로 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도 부분실업이 인정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 중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다. 구교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4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지만 실업급여 수급자를 찾을 수 없었다”며 “플랫폼 노동자에게 권고사직·계약만료 해고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가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선 사측으로부터 ‘노무제공계약 종료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사측에서 비협조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 감소로 인한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지만 3개월간 소득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하는 등 소득 감소가 지속해야 한다. 이 국장은 “3개월간 소득 감소를 기다리다 실업급여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실업급여·휴직급여 수급, 하늘에 별 따기

산재보험의 경우 휴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낮다는 문제가 있다. 구교현 위원장은 “전속성이 폐지되면서 휴업급여 하한선이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졌다”며 “월소득 300만원인 배달기사의 경우 휴업급여가 150만원에 불과하다. 붕대 감고 나와서 일하란 말밖에 더 되겠냐”고 지적했다.

사측은 사회보험 확대를 악용하고 있다. 대리운전 플랫폼 로지소프트를 이용하는 대리운전업체들, 이른바 로지연합은 최근 산재보험료를 이유로 수수료를 인상하려다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이 국장은 “산재보험 교육을 한다며 기사들에게 교육비를 걷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전체 배달업계의 80%를 차지하는 일반배달대행업체들도 고용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수수료를 1천~2천원 올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금과 보험료를 걷어갈 땐 강력하지만, 권리 보장에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과 소득은 플랫폼 서버에 기록·저장되고,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기반으로 3천원짜리 배달 1건에도 사업소득세와 보험료를 떼어 간다”며 “하지만 권리와 혜택을 보장해야 할 땐 나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