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공공행정 분야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과거 ILO도 협약 위반 우려를 한국 정부에 제기하기도 했지만 적용 제외는 여전하다.

이승우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안전 기본권을 침해한 정부’ 이슈페이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ILO “공공부문 안전관리 전면 적용해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선 일부 직종 제외

한국 정부가 위반하고 있다고 이 연구위원이 지목한 ILO 협약은 155호·187호다. 155호 협약은 산업안전보건 관리의 개선을 위한 기본원칙과 방법을 국가단위와 사업장 수준에서 정립하고 공공부문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7호 협약은 155호 협약을 보완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조치와 노사정이 적극 참여한 예방적 안전보건문화를 국가 정책으로 형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ILO는 지난해 6월 열린 110차 총회에서 155호·187호 협약을 기본협약으로 격상했다. 2008년 두 협약을 비준한 우리 정부는 지난해 총회 뒤 “산업재해 예방 강화가 윤석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고용노동 분야 국정과제”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실정은 다르다. 공공행정·국방행정·사회보장행정·교육서비스 분야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은 제한적이다. 시행령을 통해 적용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은 다시 적용예외 범위를 ‘별표 1’에 위임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보면 공공행정과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교육서비스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안전보건관리규정, 안전보건교육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선임이나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지정 의무가 없다. 사업주의 작업장 안전관리나 사고 조사 및 대책 수립 관련 사항을 작성·게시하지 않아도 된다.

특수교육지도사·검침원, 일하다 다쳐도 보호 미흡

이 결과 교육서비스업 가운데 특수교육지도사는 학생의 폭언이나 폭력을 비롯해 이동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돕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밖에도 △과학실무사 △도서관 사서 △수상안전요원 △수도검침원 △방문 간호사 △보건소 간호사 △농작물 대행 농기계 임대 및 수리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등 다양한 현장 실무직종이 안전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 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을 조사하는 국가 산재통계 특성상 이ᅟᅳᆮㄹ 직종의 산재 현황은 구체적으로 알기도 어렵다.

우리나라가 ILO 협약 내용을 위반하고 있는 문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받았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ILO 협약 준수 여부를 검토하는 ILO 협약 권고·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한국의 155호 협약 적용 범위를 놓고 이미 2010년과 2015년 문제제기를 했다”며 “2010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 1조항에 따라 적용제외한 사유 설명 요구하고 적용 확대를 위한 개선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적용제외 범위를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전면 적용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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