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노인요양시설의 임차운영 허용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장기요양 기본계획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은 장기요양 분야를 시장화하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전문가 “질 관리 불가능 … 재앙적 정책”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의 정책은 당사자인 노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보영 영남대 교수(사회복지)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요양 기본계획은 장기요양보험 제도 근간을 무너뜨리는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을 담고 있다”며 “정부는 질 관리를 하겠다지만 가장 강력한 규제조치인 시설 폐쇄를 해도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명의로 사업을 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요양시설의 질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질 관리는 불가능해지는 재앙적 정책”이라며 “복지부조차도 찬성하지 않는 용산 대통령실의 의지라는 설이 파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시설 부족 이유로 요건 완화
장기요양, 사모펀드 먹잇감 되나

앞서 복지부는 17일 장기요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심 등 일부 지역에 임차 요양원 도입을 검토한다는 게 뼈대다. 현행은 땅과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요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 시설이 모자라 확충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간 사회복지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재가 복지와 소규모 시설을 통한 서비스 강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 같은 공공성 확대를 요구한 것과 정반대다. 일각에서는 장기요양 분야 시장화로 사모펀드 같은 투기성 자본이 장기요양 시장에 뛰어들어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장기요양 기업을 사모펀드가 매수해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단기수익을 추구하다 노인들이 강제퇴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장기요양 직장가입자 대표하는
양대 노총 배제하고 결정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일방적인 시장화 정책 추진을 위해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의 참여를 배제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장기요양위는 정책과 제도 개선, 수가와 보험료율을 정하는 중요한 위원회이나 복지부는 어떤 설명과 기준 없이 양대 노총을 배제했다”며 “정부가 민간 중심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지속하고 거대자본에 장기요양 시장을 열어주기 위해 양대 노총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장기요양위를 새로 구성하면서 박 부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양대 노총 위원을 배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본계획 폐기와 양대 노총 참여를 촉구했다.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지금껏 착실히 세금을 내며 노년을 맞은 노인층을 이제 와 국가가 나몰라라 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며 “정부는 장기요양 공공성을 확대하고 장기요양위에 직장 가입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 참여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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