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1958년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할 목적으로 제111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고, 우리나라 역시 1998년에 비준함에 따라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주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한 성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에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차별’로 정의한다(법 2조). 사업주는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법 7조). 즉 합리적인 이유 없는 성차별적 채용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성차별적 채용은 노동시장에 만연하다. 합리적 이유와 성차별적 채용의 경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과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은 남성을 넘어서고, 여대를 제외한 상위 10개교 평균 성비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비슷하다. 물론 공학계열 졸업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2021년 공학계열 졸업자 중 여성 비중은 1995년 이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여성의 인적자본은 남성에게 뒤처지지 않는데도 성차별적 채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채용에서의 성차별 피해자 대다수가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 등으로 임금차별이나 직장내 불이익과 달리 공론화되지 못한 채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18년 금융감독원에 의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신한캐피탈·신한생명 등 신한금융그룹에서 22건의 특혜채용이 수면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신한카드는 2018년 신한카드 정규직 신입사원 공개채용 지원자가 남성 56%, 여성 44%였고 서류합격자는 남성 68%, 여성 32%였다. 최종 합격자는 남성 82.5%, 여성 17.5%였다. 절차가 진행될수록 여성의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최악의 성비가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신한카드에서 의도적으로 합격자 성비를 7:3으로 정해 놓으면서 남성지원자보다 점수가 높았던 92명의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했고,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규직 공개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돼 재판이 진행됐고, 마침내 지난 8월10일 신한카드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 당시 부사장과 신한카드 법인에 양벌규정을 적용해 각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 업종에서 성차별 채용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관찰되기 시작했다. 그중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론사의 성차별 채용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언론사 입사시험에서의 남녀 성비는 1:4를 보일 정도로 여성지원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종 합격자 남녀 성비는 5:1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지난 10년간 수습기자 채용 성비 현황을 공개했는데 남성이 74%, 여성이 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합격률이 낮은 이유는 여성지원자가 남성지원자보다 능력이 부족하고 적합하지 않아서였을까.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2022년 721개 기업 인사·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55.1%가 채용시 선호 성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73.6%는 남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점수는 낮았지만, 성별 때문에 최종합격을 시켰다는 비중도 12.7%를 차지했다. 이처럼 성차별 채용은 특정 업종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법적 규제에도 성차별 채용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형편없는 수준의 처벌을 들 수 있다. 성차별적 채용은 남녀고용평등법 37조(벌칙)에 따라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2018년 일자리위원회에서 처벌규정을 상향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그대로다. 2022년 신한카드의 순익은 6천400억원이다. 여기에 벌금 500만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채용절차가 공개되지 않는 현실에서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500만원 내고’의 수준이다. 성차별적 채용을 막으려면 처벌규정을 상향하고 지원와 채용단계, 그리고 최종 합격자의 성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