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0조원 채권전용펀드에 회사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금출연을 하지 않기로 한 금융기관에 자금출연을 강요, ‘신관치금융’ 논란이 일고있다. 금감원은 25일 금융기관들의 자금출연이 지지부진해 24일 현재 3조1207억원의 자금밖에 조성되지 않은 채권전용펀드 출연금 규모를 이달 말까지 5조원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당초 자금출연을 약속한 41개 은행·보험사 가운데 삼성화재 등 5개 보험사가 현재까지 단 한푼도 출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들 보험사도 당초 약정금액(2조원)을 계획대로 전액출연하고 우선 이달 말까지1조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200억원의 자금이 배정된 삼성화재의 경우는 회사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채권전용펀드는 투자적격이 아니다”며 투자결정을 부결했으나 금감원측 연락을 받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꿔 강압의혹이 일고있다.

삼성화재 자산운용실측은 24일까지만 해도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려면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에 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화재측은 자금출연 거부로 파문이 일자(본보 7월24일자) 다음날 홍보실을 통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출연여부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삼성화재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채권전용펀드가 50%이상 투자키로 한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의 편입자산 신용보강에 대해 인수기관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1조5500억원의 프라이머리 CBO를 지난달 발행키로 했던 LG투자증권이 다음달 2일로 발행기일을 연기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투자증권은 투신사와 은행권 등 일부 인수기관이 신용등급을 문제삼아 프라이머리 CBO 인수를 기피하자 투기등급인 B등급이하 회사채를 줄이는 대신 AA등급인 LG정보통신을 편입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25일 CBO발행대상 기업을 60개사로 최종확정했다.

당초 CBO발행 대상 기업은 54개 기업이었으나 일부 인수기관의 요구로 지정기업이 취소되거나 강제 편입되는 과정을 거쳐 발행 대상 기업수가 당초 54개에서 57개,59개를 거쳐 60개로 세차례나 변경되고 기업체 배당액수도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장관계자는 “정부가 연내에 부실 워크아웃기업들을 조기퇴출시키기로함에 따라 투자부적격 채권이 절반 가까이 포함되는 프라이머리 CBO의 위험성은 한층 높아졌다”며 “정부가 신용보증기관들의 신용보증여력을 확대하지 않는 한 프라이머리 CBO 펀드 조성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시장불안도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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