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를 놓고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는 국민 공분이 높다.

정권의 호위무사가 된 검찰은 사건 9일 만에 충북경찰청과 흥덕경찰서, 충북소방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충북도 등 5개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에 조선일보는 7월25일 12면에 ‘오송 부실대응 의혹 5개 기관 압수수색’이란 제목으로 건조하게 보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같은 날 8면에 ‘오송 참사 모두 경찰 탓? … 뿔난 경찰직장협, 집단행동 예고’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폭우 와중에도 밤샘 교대근무하면서 최선을 다한 말단 경찰관 6명이 모든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일선 경찰들의 성난 바닥 민심을 전했다.

검찰이 설쳐대는 것도 꼴 보기 싫지만, 이는 검찰만의 잘못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부실 인사가 빚은 예고된 참극이다. 오송 참사에 먼저 수사본부를 꾸린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본부는 일주일 동안 허송세월하다가 또 검찰에 수사 주도권을 내줬다. 여기저기 눈치만 보는 경찰청장의 우유부단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검사 출신 대통령을 호위하려는 검찰의 패권이 겹쳐 그런 것이다.

폭우 당일 참사가 난 오송 제2지하차도 대신 엉뚱한 제1지하차도로 경찰이 출동한 경위는 태블릿PC 오류로 출동 지시 자체를 아예 못 받아서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은 허위보고 정황이 있다며 일선 경찰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황이 또 이렇게 돌아서자 일선 현장 경찰들 사이에선 “폭우 와중에도 밤샘 교대근무한 경찰관들에게 ‘너부터 잘못’이라고 하는 건 잔인하다”고 성토했다. 일선 경찰들은 기승전‘경찰’ 책임으로 몰아가는 정권을 향한 분노가 깊게 배어 있다.

한국일보는 검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7월25일 ‘오송 참사, 대통령 침묵 길어져선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공주와 논산 수해 피해 농가는 방문하면서도 “지하차도 참사 현장은 어제(7월 24일)까지 찾지 않았다”며 재난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짚었다.

한국일보 지적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민감하고 시끄러운 곳은 늘 피한다. 오송 참사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잘못된 위기관리 시스템이 드러난 관재(官災)였는데도, 대통령은 타조처럼 머리를 처박았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국민 정서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지난 4일엔 휴가지 인근 경남 거제 고현시장에 등장해 생선가게 상인과 나란히 앉아 한가롭게 “회를 많이 드셔서인지 정정해 보인다”며 덕담했다.

국민은 이런 대통령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억한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도 국민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정치인 행보에 불편함을 쌓아간다. 비슷한 시기(7월 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림역 흉기난동 현장에 찾아가 “사이코패스 관리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는 것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다시 흉기난동이 벌어지면 검사나 법무부장관이 현장에 나서 테이저건이라도 쏘겠다는 건가. 신림역 현장엔 당연히 경찰청장이 나타나야 정상이다.

‘2030 남성 90%가 즐기는데 … 게임이 흉기난동 배경이라는 검찰’(한국일보 8월17일 10면 머리기사)이 살인현장에 나타나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검찰은 8월11일 범인 조선이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듯 범행했다”고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제발 ‘낄끼빠빠’ 좀 하자.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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