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정남 기자

노조가 정의로운 전환을 원한다면 먼저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녹색산업으로 전환이 이뤄지도록 정부를 압박하고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해야 고용·노동조건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노동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녹색전환연구소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정의로운 전환 기업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요 선진국 ‘녹색산업육성’으로 질주
국내 산업전환 논의 변수로 등장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 논의 과정에서 국내외적 다양한 변수가 새로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의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은 산업부문에서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과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력 확보,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안정이라는 목적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경쟁적으로 녹색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2월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녹색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막대한 재정·보조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친환경차·청정전력 투자를 활성화해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배터리·전기차 공장을 짓는 등의 투자를 하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 등에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그린딜을 시작한 유럽연합은 지속해서 녹색산업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2030년까지 유럽연합 내 연간 전력 수요의 40%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자문위원은 “우리 예상보다 기후위기 강도는 높아지고 있고, 미국-중국 간 녹색산업을 포함해 산업경쟁이 벌어지고, 유럽에서도 경쟁적으로 녹색산업정책을 펴고 있다”며 “자국 산업을 녹색으로 보강하는 작업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자연스레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 노조도 산업 전체를 녹색산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하고 사회 의제화에도 나서야 한다”며 “녹색산업전환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인지가 고용과 소득 안정성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노동전환의 조건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해서 노조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불평등과 격차 문제를 짚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명제가 기후운동진영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계와 기후운동단체 간 연대 수위를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전환 당사자인 노동자 목소리 왜 배제하나”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계는 산업전환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거론한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결국 산업전환 논의에서 당사자인 노동자는 철저히 배제하는 법안이 탄생했다”며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민주적 방식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병호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산업전환을 미래의 일,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현장 분위기가 솔직히 존재한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의제를 설정하고, 일자리뿐 아니라 환경의제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력연맹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전기요금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전력산업 구조’를 주제로 삼은 네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이종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으로 석탄발전소 이슈, LNG 복합화력 전환 시점 차이에 따른 유휴인력 발생 등에서 인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 산업에서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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