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
글 김해성·사진 김지연, 눈빛 펴냄, 9000원.


중국동포 김인성씨는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자살을 하면서 “한국이 슬프다”라는 마지막 글을 남겼다.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다 어렵게 마련한960만원으로 한국에 온 이림빈씨는 입국 이틀만에 프레스기에 오른쪽 손목을 절단당했다. 중국동포 김길원씨는 손가락이 다 잘리고 사장에게 보상을 요구하자 삽자루로 두들겨 맞은 뒤 `불법체류자'로 신고 당했다. 결국 방광파열로 피오줌을 싸며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됐다.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는 지금 우리와 함께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와 중국동포에 관한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지연씨가 2년여 동안 이들의 작업 현장과 숙소를 좇아 60여 점의 사진을 실었고, 김해성 성남외국인노동자교회 목사가 도움말을 보탰다.

한 방에 20여명씩 칼잠을 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는 자정이 넘은 깊은 밤 누구 한 사람이 흐느끼기 시작하면 일시에 통곡으로 번져버린다. 하지만 늘 어색한 웃음으로 애써 고단함을 감추는데 익숙하다. 김 목사는 일주일에 두세 명의 장례를 치르고 많을 때는 하루에 네 명의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그들은 평생 벌어도 모으기 어려운 빚을 몇 백만원씩 내어 한국 땅을 밟았다. 짐은 없지만, 귀국할 때 입고 갈 제대로 된 양복 한 벌은 항상 준비해 놓고 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밤낮 없이 일하지만,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행과 사기에 시달린다. 게다가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생을 마감하거나 강제추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죽어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행려사망자 처리도 안 되고, 납골당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창고에는 이들의 유골함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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