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금융권은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의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노사 논의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동 중심의 임금체계를 지양하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보편원칙에 충실한 대안적 임금체계를 만들기 위해 금융 노사가 지혜를 모으기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금융노조 부설 금융경제연구소는 21일 ‘임금체계 개편논의를 위한 세 가지 원칙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상생적 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관련 논의 활성화를 금융권에 제안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가 가동했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와 상생임금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연공급을 해소하고 직무·성과급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공급은 생애 임금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지출이 늘어나는 중장년 이후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생활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고용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와 근속연수(청년과 중장년)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화에 기여하고, 여성에게는 경력단절로 인한 불이익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2008년 노사정이 직무가치와 숙련도를 반영한 임금체계 도입에 합의하는 등 임금불평등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연공급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져 오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배 연구위원은 “대안 임금체계를 논의해야 했는데 정부는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을 올리는 방식과 같은 임기응변식 임금체계를 내놓았고, 여기에 노조가 반발하는 등 임금체계 개선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형태의 임금체계 개편이 아니라, 연공급이 가진 한계를 발전적으로 해소하는 형태의 논의를 우리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정부의 강한 영향력 △산업별 단체교섭 진행 △높은 연공급 적용 비중이라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임금체계 개편을 추동할 강력한 요인이 있는데도 금융 노사는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아 왔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권에서 발전적·상생적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그 과정은 세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금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따르고, 생애총액임금과 사회 전체 임금수준의 하락을 허용하지 않고, 임금체계와 고용유연성(고용안정성)은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서 “임금체계와 고용유연성은 별개 영역인데도 재계 등은 새로운 임금체계를 고용유연성 확대 수단으로 인식하고, 직무급을 통해 해고 비용을 낮추려 한다”며 “(하지만)임금 불평등 문제만큼이나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 불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금융경제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사용자측 연구단체인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의 반박 성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고용유연성 확대와 노동비용 절감’을 임금체계 개편의 주요 목적이라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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