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화재로 생산시설 등이 불탄 뒤 구미공장(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철수를 결정한 일본 닛토그룹이 또 다른 한국법인이 운영하는 평택공장에선 신규채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미공장과 평택공장은 모두 LCD 관련 제품을 생산한다.

18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닛토그룹의 한국법인 중 평택공장을 운영하는 한국토옵티칼은 최근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구미공장 전소 뒤 철수를 결정하면서 넘긴 생산물량을 수주해 이를 생산하기 위한 인력 20명을 채용했다.

공장 재건 요구 노동자 13명
전환배치 의사도 밝혔지만 외면

구미공장에는 현재 공장 재건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 13명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이들에게 지난 4일 내용증명을 보내 퇴거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건조물 침입 등 각종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공장 재건 외에도 고용안정을 위한 평택공장 전환배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혀 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닛토옵티칼은 법인은 달라도 모두 일본 닛토그룹 계열사다.

실제 과거에도 유사하게 노동자 전환배치가 있었다. 노조 구미지부 관계자는 “2016년께 평택공장 노동자가 구미공장으로 전환배치 됐다가 다시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이 다르지만 노동자 전환배치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LCD편광 필름을 생산해 구미 LG디스플레이 공장에 납품해 온 구미공장에는 당초 100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했다. 경북 구미시에서 토지 무상임대와 법인세·취득세 등 세제지원 혜택을 받고 2003년 설립했다. 흑자를 내고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생산설비 스파크로 발생한 화재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닛토그룹이 구미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실시한 희망퇴직 등으로 대부분 퇴사하고 남은 인원은 농성 중인 13명이 전부다. 사용자쪽이 의지가 있다면 이들을 평택공장에 투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컸던 셈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런 전환배치 가능성 등은 배제한 채 공장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내용증명을 보낸 사용자쪽은 7일 오전 실제 컨테이너 같은 장비를 싣고 공장에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3시간여 끝에 회사쪽이 물러섰지만 이튿날인 8일에도 두 번째 진입 시도를 했고, 9~10일에는 구미시가 태풍 ‘카눈’ 상륙을 앞두고 안전진단을 한다며 경찰력과 소방차·크레인 등을 동원해 진입을 시도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노조가 이 같은 상황을 알리기 위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11일에도 사용자쪽이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25일 이후 본격적 철거 예상
금속노조 공장 결의대회 예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관련 사건 결정문이 송달되는 25일 이후 실제 사용자쪽의 철거가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사용자쪽의 구미공장 철수는 부당노동행위이자 부당해고라며 2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지만 4월 기각됐다. 중노위도 3일 재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부 관계자는 “해당 결정은 결정문이 송달된 25일 이후 효력을 발생한다며 사용자쪽이 이후 철거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쪽의 물리력 행사가 임박하면서 노조도 공장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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