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정리해고 단행을 예고하면서 노사갈등이 증폭되는 등 보험업계가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보험업계와 흥국생명에 따르면 이 회사는 1400여명의 직원 중 240명을 지난달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낸 데 이어 오는 21일쯤추가로 정리해고를 단행, 해당자 명단을 개별적으로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의 정리해고 방침은 이미 노조와 서울지방노동사무소에 사전통보가 된 상태.

사측은 전체 인원을 1000명 안팎으로 줄인다는 내부계획을 세우고 추가로 160여명을 내보낼 계획이자만 가능한 한 정리해고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달 중 2차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희망퇴직자가 사측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리해고를 강행, 사실상 강제퇴직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움직임에 반발, 지난달 25일 이범준 노조위원장이 서울 남대문로 흥국생명 구 사옥 옥상에 매달려 밧줄시위를 한데 이어 이달 중순쯤 파업돌입을 선언할 계획이어서 양측간 충돌이 예상된다.

회사측은 “오는 3월 결산기에 지급여력비율 100% 달성이 힘들 정도로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보험업계에서 중·소형 보험사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생존권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지급여력비율 100%를 맞추기가 힘들다는 사측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사측이 지난해 5월 ‘향후 2년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고 노조와 합의해 놓고 일방적으로4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것은 약속위반일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 회사 유석기 사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검찰과 서울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했다.

삼성·교보·금호 생명 등 이미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생보사들은 물론 그동안 노조 눈치를 보느라 대규모 인원정리를 미뤄온 다른 보험사들은 흥국생명 노사 갈등 추이와 사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정리해고에 성공할 경우 보험업계의 새로운 구조조정 수단으로 정리해고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산별노조에 가입한 이 회사 노조와 사무금융노련,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가 연대투쟁에 나설 수도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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