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20일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의 불법·부당행위 근절은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고했다.

국토부는 후속조치로 같은달 28일 ‘건설기계 조종사의 국가 기술자격 행정처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3월10일 조종사의 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기준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발표에 따라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면허정지 사유를 보면 오히려 건설사의 위법행위가 확인된다.

첫 번째 사유는 출퇴근 기록상 작업시간을 미준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입기록 시스템상 시간은 실제 근로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출입문 중 일부 출입문에만 출입 기록장치가 있는데 근로시간 중 출입 기록장치가 있는 출입문 근처를 지나가거나, 장치가 있는 출입문으로 잠시 나간 후 출입 기록장치가 없는 출입문으로 들어오면 퇴근으로만 기록된다. 건설사는 건설업 특성상 공정에 따른 작업량 편차가 상당하므로 작업량이 많은 기간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1주 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지시하고, 작업량이 적은 기간에는 1주 근로시간 40시간에 미치지 못한 근로를 지시한다. 따라서 작업량이 적은 시기에는 이른 퇴근이 기록될 수 있는데, 이는 건설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 만일 국토부가 근로시간에 관한 조사를 정확히 한다면 오히려 건설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1주 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하게 한 위법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사유는 ‘바람이 분다는 이유로 조정석을 이탈’했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순간풍속이 초당 15미터를 초과하는 경우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기상청 풍속 관측상 초속 5.8미터에 작업을 중지했다는 것이 국토부 주장이다. 그런데 기상청은 풍속을 지상 10미터에서 측정하지만, 타워크레인 풍속은 70미터 이상 높이에 있는 타워크레인 조종실에서 측정하므로 기상청 관측자료를 기준으로 타워크레인 작업 중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다른 공사 현장의 자료를 보더라도 기상청 관측 풍속은 초속 3.6미터·2.8미터인데, 타워크레인 관측 풍속은 초속 15미터를 초과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국토부가 풍속에 관한 조사를 정확히 했다면, 오히려 건설사가 안전보건규칙 37조를 위반해 초당 15미터를 초과한 때도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은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사유는 하도급사의 정당한 작업요청을 거부하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건설사는 면허정지를 통해 노사관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해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작업 지시, 예를 들어 동시동작이나 철근 선 조립, 갱폼 설치 양중, 잡철물 양중, 박스(BOX) 양중, 신호 자격 없는 자에 의한 지시 등을 했는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부당한 작업 지시 중 특히 사고 우려가 있는 작업을 정당히 거부한 것이다. 만일 국토부가 정확히 조사했다면, 오히려 건설사가 안전보건규칙을 위반해 부당한 작업 지시를 한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서 오히려 건설사의 위법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건설사는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이러한 위법행위를 근절하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문제,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 노동 문제, 대금 지급 지연과 불법하도급 문제, 시멘트 등 자재값 인상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건설사는 이러한 책임을 건설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가화어인(嫁禍於人). 재난이나 어려움을 남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건설사의 지금 모습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