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가 이주노동자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지만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이 지났다며 이를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1일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로부터 부당하게 근로계약을 해지당했다면 국내 체류기간 동안 계속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것을 해당 지역노동청장에게 의견표명했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으나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이 해지된 경우 1개월 이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면 3회 변경이 가능하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A씨는 2021년 12월부터, B씨는 2021년 4월부터 각각 3년간 농장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농장주는 고용허가제를 위반하고 자신의 친동생 농장으로 A씨와 B씨를 불법파견해 근무하게 했다. 농장주는 지난해 3월 A씨와 B씨 간 합의나 이들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자율합의에 의해 근로계약을 중도해지’한 것처럼 관할 노동청에 허위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두 달 뒤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관할 출입국관리소를 방문했다가 근로계약이 해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노동청은 A씨와 B씨를 불법파견한 농장과 이들을 고용한 농장에 대해 각각 1·2년간 고용제한 처분을 했다. 하지만 A·B씨에는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이 지났고, 불법파견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A·B씨는 농장주 잘못으로 불법체류자가 돼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며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이나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출국해야 한다.

권익위는 △농장주가 A·B씨를 다른 사업장에 불법파견한 사실로 고용제한 처분을 받은 점 △농장주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해 A·B씨가 알기 어려웠던 점 △A·B씨의 임금체불 등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관할 노동청에 의견표명 했다. 노동청은 이를 적극수용해 A·B씨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 이들으 체류자격을 회복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고용허가제 관련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사회적 차별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고충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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