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만도지부 ○○○입니다”로 시작되는 문자메시지였다. 기업노조가 조합원 약 1천300명의 압도적 다수로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합원 45명에 불과한 소수노조로서 주식회사 만도에서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활동해 오고 있다. 가끔 사업장에서 조합 활동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이 온다. 사실 만도지부는 2006년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 사업장들이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통해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훨씬 이전부터 기업지부로서 금속노조에서 산별교섭 등 산별노조 활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2년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 사측의 공세 속에 기업노조가 득세하면서 현재 조합원 대부분은 기업노조 소속이 됐다.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은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금속노조 만도지부에서 활동한 주요 간부들도 대부분 기업노조 조합원이 됐고, 일부는 임원 등 집행 간부로 기업노조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만도지부는 지부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만도지부가 내게 질의하는 것들은 소수노조로서 사업장에서 조합 활동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와 사업장 내 조합 활동을 둘러싼 문제를 주로 질의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용자가 조합 활동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로 질의하고 있다. 이렇게 질의 내용이 달라진 것은 이전과 달리 기업노조 집행부가 만도지부에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노조와의 갈등이 많지 않아서일 게다.

2. 문자메시지는 첫 번째로 “타임오프 시간을 사측이 인원 비율로 3개 노조(1천300명·180명·45명)로 배분해 사용하게” 하고 있는데 “사측이 지부에 할당된 시간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고용노동부 지침이라며 지부 임원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내게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이 질의 내용을 보면 주식회사 만도에는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만도지부 외에도 조합원 180명의 노조가 하나 더 있고, 만도지부는 가장 규모가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부의 질의 취지는 사측 주장처럼 지부 임원만이 지부에 할당된 타임오프를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연 사측 주장처럼 지부 임원만 타임오프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를 통하여 조합 임원만 타임오프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해 정하지 않고, 노조간부·조합원까지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 누가 뭐래도 당연히 지부 임원이 아닌 간부·조합원의 타임오프를 통해 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타임오프, 즉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를 살펴보면, 근로시간면제 대상자에 관해 노조 임원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법은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에서 어떻게 정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임원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면 사측 주장은 설사 노동부 지침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도 타당하지 않다.

3. 두 번째 질의는 “사측이 2012년 직장폐쇄를 하면서 사규 공고를 통해 노조를 제외한 개인홍보물은 불법이라고 알렸는데, 이는 사측의 허가를 받아야 배포·게시가 가능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현장모임 홍보물은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이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사업장에서 조합 활동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는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고,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라고 한다면,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해야 하고,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의해 본다면, 지부 등이 단결 강화를 위하여 개인홍보물 배포 등 조합원의 조합 활동 필요성을 인정해서 이를 보장하고, 사업장에서 근무시간 외에 회사 게시판 등 사측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조합원에게 배포하는 것이라고 하는 정도라면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서 인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를 통하여 근무시간 중에 할 수 있도록 보장하거나, 회사 게시판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근무시간에 회사 게시판을 사용해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검토는 판례 법리에 맞춰 살핀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합원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상 등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받는 국민인데 아무리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내지 지휘명령권에 복종해야 하는 근로자라고 해도 이런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당신은 느낄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이 세상에서 근로계약이 뭐라고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이런 기본적인 자유 내지 기본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사용자에 복종해야만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답답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이 나라에서 국민이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근로자가 됐다고 해서 사업장에서 자유 없는 노예로 전락해야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논리고 법리고 무엇이고 다 엉터리로 부당하다며 쓰레기통에 집어던져야 한다. 사용자는 노무제공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그 이상으로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노예로 취급한다면, 판례의 법리를 포함한 노동법의 논리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하고, 필요하다면 쓰레기통에 집어던져야 마땅한다. 그저 사용자 시설관리권 내지 지휘명령권의 합리적인 조화 운운하면서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노예가 돼야 한다는 논리에서 우리는 전면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4. 이렇게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말하다 보면 사업장에서 억압하는 사용자 자본의 행태에 분노하며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법을 말하면서 국가 권력의 법집행을 탓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활동할 목적으로 조직된 단결체인 노동조합은 달라야 한다. 노동자들이 단순히 사용자 자본 권력에 분노하고 탓하는 데 머물지라도 노동조합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그랬던 것일까. 노동조합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는 숨길 수 없다. 그것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그대로 담겨 있다. 어떤 수준에서 사업장에서 조합원의 자유를 보장받고, 권리를 확보했는지는 단체협약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단체협약이란 단순히 단체협약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종 노사합의를 망라한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나는 노조를 상담하고, 각종 사건을 소송하면서 몇백 개의 단체협약을 살펴봤다. 그런데 단체협약에서 조합활동에 관해서는 정말 보잘것 없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사전 승인해서 해 줄 수 있다는 식이었다. 사용자 승인 없이 회사의 게시판·홈페이지 등 전산정보망 시설을 이용해서 개별 조합원이 조합 활동 관련 홍보를 하기는 어렵도록 단체협약은 규정하고 있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승인 없이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경우도 찾기 어려웠다. 개별 조합원의 선전·홍보를 포함해서 조합원의 조합활동에 관한 단체협약은 이렇게 별 볼 것 없는 수준이라서 사업장에서 조합활동은 사용자 탄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내지 지휘명령권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법이라고 대답해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을 상담하다 보면 노조는 평소에는 사용자가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을 한다. 사용자와의 관계가 원만한 평소에는 보장하던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부당하다고 노조는 상담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 노동조합이라면 이제라도 제대로 말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서 조합 활동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아서 문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말해야 한다. 이것은 이번에 질의한 만도지부처럼 소수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노조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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