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소희 기자

“너무 행복했어요. 숨을 쉴 수 있더라고요.”

박영미(42)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현대하이카손해사정콜센터지회장과 박경인(42) 부지회장이 입을 모아 말했다. 현대해상 콜센터 노동자들인 이들은 지난달 휴게시간 확대 테스트를 위해 유급 휴게시간을 받았다. 법정 휴게시간인 1시간과는 별도로 15~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졌다. 반복되는 콜이 들어오는(인입) 시간과 대기 압박 속에서 화장실에 가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했던 이들에게 휴게시간은 ‘숨 쉴 구멍’이 됐다. 박 지회장은 “현장의 모든 노동자들이 그 짧은 휴식시간에도 무척 행복했다”며 “쉬고 나니 업무능률도 오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휴게시간 늘렸지만 실적 감소 없어

지난달 지회와 현대하이카손해사정은 휴게시간 확대를 위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노사는 지난해부터 7회에 걸친 단체교섭과 두 차례 임금교섭을 실시했다. 단협안 중에서는 휴게시간에 대한 노사 이견이 큰 상태다. 지회는 하루 유급 휴게시간 30분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사쪽은 15분이 최대라는 입장이다.

이렇듯 평행을 달리던 노사는 지난 5월 하루 지회 파업을 거친 뒤 휴게시간 확대 테스트 실시에 합의했다. 테스트는 지난달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1회차와 3회차는 15분씩 휴게시간이 주어졌다. 1회차는 점심시간 바로 뒤에 쉴 시간 15분을 추가했고, 3회차에는 점심시간과 무관하게 15분을 지급했다. 그 결과 소위 ‘서비스 레벨’이라고 하는 실적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현대해상 콜센터는 응대율 등을 고려해 5개 등급으로 경영평가 목표를 세우는데 1회차에는 최고등급에서 단 1%포인트 미달한 수준이었다. 3회차에는 2.7%포인트 미달했다.

2회차와 4회차도 비슷했다. 다만 4회차 테스트 날에는 폭우가 내려 응대율이 평소보다 많이 낮아졌다. 4회차에는 점심시간 바로 뒤에 30분을 추가했고, 2회차에는 점심시간과 별도로 30분을 지급했다. 2회차에는 2.5%포인트를 미달했고 4회차에는 12%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2, 3회차를 비교하면 결론은 좀 더 간단하다. 각각 30분, 15분 휴게시간을 지급했는데 최상위 등급에 2.5%, 2.7% 포인트씩 미달했다. 휴게시간이 길어진다고 실적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사고대응 콜 노동자 고강도 감정노동”

지회는 하루 30분의 휴식시간이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한다. 안전보건공단이 2011년 발간한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지침’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노동자에게 1시간마다 5분의 휴식 또는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을 주도록 권고한다. 8시간 근무자라면 최소 1시간의 휴게시간 지급이 권고인데 지회는 고용노동부 권고의 절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해상 콜센터 노동자의 경우 사고대응을 하기 때문에 콜센터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 사고 현장에 긴급출동을 재촉하는 고객과 현장출동자 등을 조율해 구체적인 사고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지회 관계자는 “스스로 위험한 일을 대응하고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감정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다”고 호소했다.

현대해상하이카손해사정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와 사전협의 후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며 “회사의 휴게시간 부여 검토(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앞으로도 회사는 노조와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콜센터 업계 “휴게시간과 실적 감소 무관”

그렇다면 휴게시간을 보장받는 동종업계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콜센터업계 노동자들은 휴게시간 지급과 실적 감소는 무관하다고 증언했다.

120 다산콜재단의 경우 하루 1시간의 유급 휴게시간이 법정 휴게시간과 별도로 주어진다. 노사가 맺은 단협에 따라 1시간 근무 후 7.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혜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장은 “노사가 확인한 바로는 휴게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응대율이 낮아지거나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바쁜 시간대에는 콜을 집중해서 받고, 콜이 적은 시간대에 휴식시간을 갖게 돼 업무의 자율성도 올랐고 노사 모두 윈윈했다”고 강조했다.

재단의 입장도 노조와 다르지 않았다. 응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아닌 외부적 요인이 더 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20다산콜재단 관계자는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감정노동으로 정신적·신체적 장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휴게시간 때문에 응대율이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고 코로나19 발생같은 외부적 요인때문에 인입량이 늘면 응대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휴게시간을 적정하게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직원의 건강장해를 예방해 건설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은행 콜센터 관리자로 일하는 용역회사 소속 A씨는 “상담원들이 앉아서 콜만 받는다고 업무 능률이 오르는 것이 아닐 뿐더러 콜이 없는 시간에 순차적으로 쉰 뒤 콜이 있을 때는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사측도 휴게시간에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박세찬 노조 희망연대본부 조직국장은 “연속적으로 콜을 받으면 노동자는 심리적·육체적으로 소진될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할 시간, 화장실을 가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동료와 이야기할 시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것이 휴게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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