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가 3월부터 지급이 안 되고 있어요. 임금체불을 조사하는 근로감독관이 체불을 당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7월 말 일괄 지급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이후가 더 걱정입니다. 올해 초부터 출장비 가용예산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출장비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임주영 고용노동부 공무원직장협의회 의장)

사업장 최일선에서 근로감독을 하는 노동부 직원들이 지난 3월부터 출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체불임금을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 출장비를 체불 사태에 감독관 사기 저하는 물론, 사업장 근로감독 부실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해외출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3월부터 출장여비 미지급
노동부 “7월까지 지급 예정”

임주영 직협 의장의 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이 26일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출장(발생)여비는 상반기까지 배정한 출장여비 한도보다 11억원이 많았다. 올해 근로감독과 출장여비는 5월 기준 11억원이 미지급됐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는 4천950만원이 배정됐는데 출장비로는 1억8천500만원이 사용됐다. 중부청은 2억1천600만원 배정에 6억7천400만원이 사용됐다. 부산청은 7천930만원 배정에 2억2천200만원, 대구청은 6천530만원에 1억8천500만원, 광주청은 6천50만원 배정에 2억800만원, 대전청은 6천600만원 배정에 1억6천500만원이 사용됐다.

노동부는 지방청 기본경비 일부를 감독 분야 출장비로 활용해 출장여비 미지급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미지급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24일 서울·중부·부산·광주·대전청, 25일 대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출장비 발생액은 15억5천20만원이고, 집행액은12억710만원으로 총 3억4천310만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청에서는 1억9천160만원이 발생했는데 1억7천480만원만 집행됐다. 중부청은 5억5천300만원이 발생했는데 3억2천200만원이 지급됐고, 부산청은 2억5천900만원 발생에 2억3천400만원만 집행됐다. 광주청은 2억800만원 발생에 1억9천110만원을 집행했고, 대전청은 1억6천360만원 발생에 1억102만원만 집행했다. 대구청만 예외로 모두 지급했다.

노동부가 밝힌 출장여비 미지급 이유는 여비 단가 상승, 현장 출장업무 증가와 행사·회의 및 집체교육 증가다. 노동부는 “현재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3~4분기 여비 예산이 배정됐기 때문에 미집행액은 7월까지 조속히 지급 예정이다”고 답했다.

직협에 따르면 9급 근로감독관 월보수(실수령액)는 평균 165만원에 불과하다. 한 달 50만~100만원 가까운 출장비가 밀리면 가뜩이나 낮은 임금에 출장비 부담까지 더해져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임 의장은 “대부분 감독관이 자차를 이용해 기름값도 많이 드는데 모두 개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간 해외 출장
노동부 “국가 대표해 다녀온 것”

예산이 부족해 근로감독관 출장비는 밀리는 가운데 이정식 장관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5명의 직원들을 대동하고 6일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인도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다. 20~22일은 G20 고용노동장관회의를 위해 인도를, 다른 2개국은 고용허가제 등 고용노동업무 현안 논의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을 위해 방문했다.

이수진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비로 1천76만7천원이 소요됐다. 출장에는 국제협력관과 수행비서, 수행인원, 통역까지 5명이 대동했다. 엑스포 유치위원회 요청으로 엑스포 유치활동을 했다고 밝혔으나, 유치위가 보낸 관련 공문을 공개 요청에는 “공개될 경우 엑스포 유치에 지장이 초래돼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수진 의원은 “감독관들이 출장을 줄이면 감독 부실, 인허가 및 점검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 필요한 상황이다. 장관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장관은 직원 5명까지 대동해 1천여만원이 소요되는 해외 외유를 다녀왔다”고 비판했다.

최현석 노동부 대변인은 “출장여비 총액은 예년과 같은 상황이나 올해 출장여비 단가가 인상됐고, 우리 부서는 감독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국가 간 관계가 있어 갔다 온 것으로, 국무위원이 외유를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고 밝혔다. 김은철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G20 고용노동장관 회의에서 기조연설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일본 등 5개국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 외교적 성과가 컸다"며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도 정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고용허가제 송출국으로부터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유성이라 할 수 있는 일정은 전혀 없었으며 수행인원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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