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가 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25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열린 청구사건 선고기일에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사가) 경찰·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한 이상민 장관 발언을 두고 헌재는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이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판결 직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했다. 이정민 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모든 국가 행정기관은 159명의 희생자를 외면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허울뿐인 것이냐”며 “이럴수록 우리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이를 통해 참사와 재난 일선에 있는 책임자를 응징하겠다. 형사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가 내 이웃의 생명이 빼앗겼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법을 말하지 않는 사회, 무법사회임을 선언했다”며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다, 국민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여러분들도 생각하시냐”고 반문했다.

여당은 탄핵소추가 정쟁을 위한 것이었음을 헌재가 증명했다며 환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고 직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 명의 재판관도 예외 없이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며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근거가 없고 정쟁을 위한 소추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 결정은 법 위반이 없다고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을 추진하는 건 모순적 행동”이라며 이태원참사특별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헌재 판결이 이태원 참사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행정안전부장관 탄핵심판대응 TF와 정의당·기본소득당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판단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보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우려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안전을 책임지도록 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안전사회 건설의 길은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으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 장관이 참사 전 재난예방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참사 뒤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과 품위유지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 2월8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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