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코로나 이전에는 20명 가까이 새벽 6시부터 밤9시까지 교대로 일했습니다. 회사는 코로나 이후 긴축 인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6명이 임시매장까지 두 개의 매장에서 모든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 인원으로 15시간을 교대로 근무하면 혼자 남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옆에 동료가 없어 동료가 올 때까지 식사도 못 하고 일하고 화장실도 참느라 직원들이 방광염부터 변비까지 모두 고생하고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매장이 비면 면세점 관계자가 와서 몇 분이나 자리를 비웠는지 체크합니다. 회사는 충원 요청에 대해 ‘매출이 없다’ ‘원청에서 결재가 안 난다’는 각종 핑계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위원장 김소연)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세점이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영업시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려고 한다”며 정부의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주요 면세점은 영업시간을 연장했거나 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1일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먼저 시작했다. 동대문점은 영업시간이 오후 12시30분~오후 9시에서 오전 11시~오후 10시까지로 2시간30분 연장됐다. 오전 9시30분 문을 여는 무역센터점은 폐점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2시간 늦췄다. 롯데면세점는 지난 7일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부터 연장영업에 들어갔다. 오후 6시30분 폐점에서 오후 8시까지로 2시간이 늘었다. 신라면세점은 8월1일부터 연장영업에 들어간다.

문제는 현재 인력으로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면세점 협력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는 권고사직과 무급휴직을 거쳐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실이 면세점에서 받은 ‘국내 면세점 월별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1월 3만4천969명이었던 면세점 인력은 지난달 1만5천83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줄어든 인원이 대부분은 면세점 소속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소속 직원은 4천3백70명에서 3천4백59명으로 20%가 감소했지만, 비소속 직원은 3만599명에서 1만2천372명으로 59%가 줄었다.

엔데믹 이후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회복 중이다. 2019년 24조8천586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5조5천52억으로 떨어진 뒤 2022년 17조8천164억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력충원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은 지난해 5월 1만1천807명까지 줄어든 후 올해 6월 1만2천372명으로 565명 증가에 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력충원을 위해 정부가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노조 위원장은 “지난 코로나19 시기 정부가 면세점에 임대료를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준 이유는 고용유지 때문이었다”며 “그런데도 면세점은 원청은 협력업체 고용유지라는 상생의 약속은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고, 매장 곳곳에 1인 근무가 만연해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업시간만 늘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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