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가 후인 지난 15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그는 군수물자 지원, 인도적 자원, 정부 재정 지원과 재건 지원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갈 뜻을 밝혔다.

이 말을 들으면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백의종군에서 풀려난 이순신 장군은 왜의 수군과 해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조선 수군은 칠천량해전 대패로 매우 약화돼, 왕은 육지로 올라와도 좋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장계를 올리고 바다에서 필승할 결의를 고했다. 이때 그가 병사들에게 한 임전훈이 ‘필사즉생, 필생즉사’다.

사즉생,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해 함께 싸우기 위해 국민 목숨을 걸겠다는 얘기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왜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를 적대하면 러시아가 한국을 적대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때 한반도도 전쟁터가 될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위험이 도사리는데도 죽음을 피해 살려면 반드시 죽을 것이고 그런 죽음을 각오하면 반드시 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니 과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윤 대통령 본인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생명을 걸어야 할 만한 의의가 있는가? 국민의 동의는 얻었는가?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놀라운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평소에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여기 계신 기업인 여러분들의 도전과 혁신,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업의 성장이 대한민국의 성장 그 자체였죠. 여기 계신 기업인들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배계급의 헤게모니 분파가 자신들이 아니라 독점재벌이라는 것을 면전에서 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정부의 역할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례로 1950년 이승만의 농지개혁을 들었다. “저는 이 농지개혁이 ‘만석꾼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을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최종현 회장과 같은 여러분들의 선배 기업인들이자 대한민국의 영웅들이 혁신을 실현하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기업인의 나라’로 바꾸는 데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박정희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과감하게 만들어 오늘날까지도 우리 주력 수출산업인 중화학공업을 육성해서 산업구조를 고도화했죠.”

이날 강연의 백미는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그의 소견이었다. 그는 “1950년의 놀라운 농지개혁처럼 지금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인구문제”라고 규정했다. “2100년이 되면 저출산으로 인해 총인구가 2천만명 이하로 줄어들 뿐 아니라 15~64세 생산가능인구보다 노인인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서울대학교 자료를 인용했다. 그리고 결국 이대로 두면 “나라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미 이렇게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좀 높아진다고 해서 다시 인구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대폭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출입국·이민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계적 이민정책 없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민정책, 그것은 국민의 출생 포기를 방조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3차 세계대전에 동참해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킬 각오를 내비치면서 축적을 통한 자본의 생존을 위해 국민의 출생을 포기할 의향을 내보이고 있다. ‘사’의 각오와 ‘생’의 포기를 강요하는 정권에게 우리의 미래를 계속 맡겨둘 건가.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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