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9천860원과 2.5%라는 숫자의 ‘허무함’ 또는 ‘황당함’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합의 없이 갈등적으로만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노사 당사자들의 반성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이었던 9천920원을 선택할 수 없었을까.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면 차악이 아닌 최악을 선택해도 괜찮을 걸까.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면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은 사회운동적 구호로서는 유의미할 수 있으나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멋도 없고 실리도 없다. 2013년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최저임금 절대액이 터무니없이 낮았기에 당시 청년유니온 또한 ‘청년의 임금은 최저임금’이라는 슬로건에 함께했다. 거기에 더해 19대 대선 과정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여야와 정당을 막론하고 모든 정당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됐다.

그렇게 ‘최저임금 1만원’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하나의 도구로서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상징적 구호와 실제 제도와 사회적용을 고민하는 것은 결이 다르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까지 1만원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10% 이상씩의 임금인상을 이뤄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2016년 기준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64만명, 전체 노동자의 13.7%에 이르는 상황이었기에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중소·영세업체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었다. 지원방안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 우려됐다.

2017년, 그리고 2018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자 이 부작용은 우리의 눈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영세사업체들은 주휴수당이라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노동을 쪼개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2022년 유니온센터에서 진행한 최저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율은 22.5%, 주휴수당 지급 의무 위반율은 71.7%였다.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구조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라야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부채 절대액이 너무나도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다는 것은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위원회의 임금 결정방식이 바뀌어야한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냐에 따라서 너무나도 급격하게 달라지는 최저임금 액수를 바라보며 제도의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다뤄야 하는 것은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적 통합이다.

최저임금이 널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정부시기다. 최저임금을 너무나도 급격히 올렸다가 급격하게 추락시켰다. 2020년 1만원 공약도 지키지 못해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 윤석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이야기하고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하는 진풍경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구조적으로 나빠지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프리랜서-플랫폼 등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노동의 형태를 어떻게 최저임금 제도 안으로 들여올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라져 버린다.

앞으로 최저임금은 급격한 인상과 절대 동결만을 사수하며 ‘임금액수’만을 중심으로 부딪히는 것이 아닌, 이 사회의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인지, 금액 중심의 담론만이 그 답안지인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계기로 토론하고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