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고 한 쪽 눈을 실명한 대학생이 37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신헌기 판사는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986년 11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 등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시절 대학생이던 A씨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 파편에 왼쪽 눈이 실명됐다.

사건 직후 그는 보상받기 위해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다. 돌아온 것은 “최루탄에 의해 부상당한 점은 인정하지만 보상 문제는 경찰관의 소관이 아니므로 내사 종결했음을 알려드린다”는 부산시 경찰국(현 부산지방경찰청)의 통보였다. 정권이 바뀐 1988년 7월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사건 종결 처리했다.

직선제 개헌으로 민주화는 진전이 있었지만 A씨의 삶은 고됐다. 최근까지 그가 옮겨 다닌 직장은 20여 곳이 넘는다. 장애가 발목을 잡았다. 2020년 A씨의 아버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냈다. 위원회는 국가는 사과하고 배상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결정을 바탕으로 A씨는 공단의 도움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대해 A씨에게 1억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발생일인 1986년 11월부터 연 5%의 이자를 적용해 전체 배상액은 3억8천만으로 정했다.

공단측은 “법원은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은 민법 및 국가재정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을 인용했다”며 “오랜 세월 고통 속에서 살아 온 피해자가 뒤늦게나마 국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게 돼 다행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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