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국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본법’ 초안이 공개됐다. 정부가 ESG 경영 관련 기본계획·실행계획을 마련하고, ESG 실태조사와 평가결과를 공시하며, 대기업-중소기업 ESG 경영 협력을 촉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ESG기본법 제정, 시장에서 듣는다’ 간담회를 열고 ESG기본법 초안을 최초 공개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이 공급망 기업과 투자대상 기업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초안은 지난 3월 ESG기본법 제정을 위한 1차 간담회 이후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EU·미국 ESG 압박 속 정부 역할은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표한 가칭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본법’(ESG기본법) 초안은 총 7장 40조항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목적과 정의, 기본원칙 등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의 ESG 경영 촉진을 위한 책무를 담았다. 2장에서는 ESG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10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5년마다 재검토하는 한편 1년 단위로 실행계획을 수립·추진하도록 했다. 이를 수립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ESG 경영 로드맵 그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장에서는 정부가 공급망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ESG 관련 위험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국가 간 협력하도록 했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ESG 평가기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평가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4장에서는 ESG 평가결과를 공시하도록 하는 한편 ESG 경영에 자발적 참여를 선언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정부와 경영협약을 체결할 수 있게 했다. 5장에서는 협약체결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SG 협력 촉진, 위장 ESG 조사·공표, 중소·벤처·중견기업 지원, 조세·부담금 감면 등을 담았다.

이 밖에 6장에서는 전문인력 양성·통계사업·우수기업 선정·ESG 경영진흥센터 지정 등 ESG 경영 촉진을 위한 기반구축, 7장에서는 경영포상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기업측 “필요하지만 규제법 될까 우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측 인사들은 ESG기본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규제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은 “평가기관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최종 평가자가 되는 왜곡된 인식이 있을 것”이라며 “ESG 평가결과를 공시하는 것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LG ESG팀 총괄책임은 “최근 EU와 미국에서 ESG 관련 규제가 많이 나왔다”며 “해외 고객사들이 무분별하게 ESG 정보를 요구하는데 기업운영 관련 정보가 상당해 국가적으로 제한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민 현대차그룹 책임매니저는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내부 규정이 만들어질 때 무엇을 공시할지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공급망 실사와 관련 우리도 협력사들에게 정보공개를 요구하는데 확실한 가이드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 SK SUPEX추구협의회 팀장은 “규제법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여러번 말했다”며 “현실적으로 아직 ESG가 어떤 식으로 제도화나 규범화할지 논의가 많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본부장은 “ESG기본법이 규제보다 촉진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준다면 중소·중견기업도 가이드를 믿고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라며 “대기업-중견기업 협력이 중요한 만큼 같이 갈 수 있는 지원방안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원욱 의원은 “ESG기본법이 새로운 규제법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법안이 성안되면 정부부처와 관련단체를 모셔 공청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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