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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의 근로계약 기간이 끝난 뒤 별도의 서면통지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본계약 체결 전에 업무 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시용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용자가 시용기간이 지난 후 본채용을 거절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 행사로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 태도다.

최하 등급에 계약종료, 사측 “기간제” 주장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미래항공모빌리티 스타트업 D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9월 회사와 수습기간을 3개월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경력직 마케팅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근로계약서에는 수습기간 중이나 만료시 계속근로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실제 회사는 그해 11~12월 두 차례 수습평가를 시행해 100점 만점 중 24점을 주고 계약종료에 해당하는 C등급을 부여했다. 그러고는 3개월이 끝나는 12월6일 서면통지 없이 근로계약을 종료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A씨를 ‘시용근로자’로 보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회사는 2021년 8월 복직을 명령하고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했다. 그러면서도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3개월의 근로기간을 정한 ‘기간제 근로계약’이라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근무기간은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시용기간’에 해당한다며 사측 청구를 기각했다. 시용계약 근거로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이 3개월로 기재된 점 △수습평가를 통해 정식채용 여부를 결정한 점 △신생기업으로 전문인력이 필요해 A씨를 채용한 점 등이 고려됐다.

법원 “수습평가 통해 정식채용 결정해”

사용자가 정식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평가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종의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에는 수습기간 중 계속 근로가 부적당하고, 업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를 태만히 한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6년 2월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27조)이 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시용기간 만료시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계약종료를 통보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중노위 재심 이후 회사가 복직을 명령하고 해고 기간 임금을 전액 지급해 사실상 판정 결과를 수용했다”며 소의 이익이 없어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낸 본안전항변은 배척했다. 본안전항변은 소송요건에 흠이 있어 심리하지 않고 각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복직명령과 임금지급은 구제명령에 복종해야 할 공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회사는 지급한 임금 반환을 구하기 위해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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