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전문직의 직군 전환을 추진한다. 업무에 따라 기술사무직 또는 전임직으로 전환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직군만 바뀔 뿐 처우는 현재와 동일해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전문직 320여명을 사무직인 기술사무직, 또는 생산직인 전임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추진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전문직은 초대졸 학력의 노동자를 별도 편제한 직군이다. 주로 사무보조나 비서 같은 지원업무에 종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는 사업지원이나 현장업무 지원 같은 기술사무직 또는 전임직에 가까운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도 있다. 이들 노동자는 하는 일이 비슷한데도 학력에 따라 처우에 격차가 있어 불만이 높았다.

이 때문에 사용자쪽은 올해 전임직 노조·기술사무직 노조와 각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처우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쪽은 이들의 직군 전환을 제시했다. 전임직 노조는 최근 직군 전환에 찬성했지만 기술사무직 노조는 반대해 TF를 철회한 상황이다.

문제는 전환 조건이다. 사용자쪽은 전문직 연차를 인정해 전임직 또는 기술사무직에게 부여해온 차량 유지비 지원 같은 일부 복리후생제도를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직에 대한 연봉 상한제도(셀링제도)는 유지한다. 현재 전문직의 연봉 상한은 기술사무직 신입의 상한과 유사한 수준이다. 직군 전환 이후 인사평가는 기존 기술사무직이나 전임직과 동등하게 받는다. 초대졸에 대한 차별 불만이 누적되자 전문직이라는 이름표는 떼지만, 운용은 기존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직들 사이에서는 “무늬만 바꿔 전문직은 없애고 임금은 낮은데 고과는 치열한 곳으로 가는 것” “직군 전환으로 정년 보장 안 되고 업무는 상승하고 고과는 하락하고 승진은 누락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전문직의 전문성을 검토한 별도의 보상과 평가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직무 전환을 하더라도 직무 분석을 사용자쪽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말고 전문직이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인터뷰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직군 전환 논란에 대해 “노조와 함께 TF를 꾸려 검토를 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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