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무당층이 늘어나면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거대 양당이 ‘누가 더 엉망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하며 배지를 단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을 언급하고 싶진 않다. 기생 전략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제3지대’나 ‘대안’ 같은 수사를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련의 ‘신당’ 물결은 어떨까? 한동안 언론에 의해 ‘금태섭신당’으로 호명되던 ‘새로운당’이나, 삼성 자본 옹호자 양향자가 추진하는 ‘한국의희망’, 정의당발 여러 이탈그룹이 대두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제3지대’ 형성의 기대를 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자를 위한 정치와는 멀어 보이고, 제도정치판을 바꾼다는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

우선 내놓는 논평들이 변변찮다.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든, 노란봉투법이든 자기 입장은 없고 변죽만 울린다. 영입 인사들의 행보나 변에도 아무 감동이 없다. 가령 새로운당 정책팀장을 맡은 한지원은 과거 사회진보연대 활동가였고, 오랜 기간 <매일노동뉴스>에 칼럼을 쓴 바 있다. 2021년 그는 사회진보연대 내부에서 ‘윤석열 지지선언’을 주장하면서, 조직이 지지하지 않을 경우 탈퇴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그의 이런 행위는 사회진보연대와 강한 친연성을 갖는 PD계열 학생운동조직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전국학생행진이 “윤석열 지지”라는 논란 많은 입장을 내고, 해산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12일 한지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향의 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지난 대선 “이재명만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으니 “사실상 윤석열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한 셈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윤석열을 간접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윤석열 지지를 선동했고, 뜻을 이루지 못하자 탈퇴했다. 그 후로 한지원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뻔뻔해지려 노력했을 뿐이다. ‘뻔뻔함’은 그가 대적하고 싶어 하는 포퓰리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 당의 대변인으로 위촉된 곽대중 역시 국민의힘 민생119 위원을 맡을 정도로 양당체제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이 없었다. 실제 새로운당은 “민주당을 대체하겠다”고 외치고 있을 뿐, 양당체제 극복이란 과제에는 무관심하다.

이달 초 정의당에서 소규모 탈당한 ‘새로운진보’나, “탈진보정당”을 선언하고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고까지 주장하는 ‘세 번째 권력’ 등은 민주당 위성정당들이나 새로운당 등 자유주의 정당의 ‘하위호환’이다. 이들은 상층 간 협상을 통해 ‘떡고물’이 주어지면 대열에 합류할 것이고, 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정치 미아 신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여곡절 끝에 대열에 합류하더라도 이들이 한국 정치를 뒤바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은 제로다. 왜 그런가? 첫째, 대안 세력의 부상은 견고한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가능한데, 이들에겐 자기 세력이 없다. 둘째, 이념적 지향에서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권력은 내용적으로 신자유주의적 포용성을 겸비한 통치를 자신의 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잘 해 봐야 잘 정비된 이명박·노무현·박근혜 노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 기술관료들이 정비해 온 포스트 신자유주의 노선을 새로운 길인 양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다. 셋째, 세력도 없고 변별성도 없는 정치지망생들이 신당을 만든다고 30%의 무당층이 갑자기 지지 정당을 가지리라는 것은 거대한 착각이다.

진보정당이나 사회운동의 지지부진함을 전향의 핑계로 내미는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사회운동 일각에선 부단하게 자기혁신이 도모되고 있다. 지난 대선 전 ‘운동성’의 회복을 지향하는 활동가 763명은 “후퇴할 수도, 외면할 수도, 기만할 수도 없는 난처하고도 비상한 현실”을 직시하며, “반MB, 반박근혜 전선 등과 같은 함정에 함몰되거나,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으름장에 속지 말고”, 사회운동 자신의 “자신의 대안을 만들고 세력화”할 것, “제도 개혁을 넘어선 체제 전환을 정치적 목표로 삼을 것”, 나아가 사회운동 스스로 능동적으로 전선과 구도를 만들고, 현실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며 미래를 조직하자고 결의한 바 있다. 763명이 새삼스레 이런 다짐을 나눈 이유는 이러한 노력을 간과하고는 누구도 양당 기득권을 넘어선 ‘제3지대’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조급증적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해 온 진보정당이 회복해야 할 길도 여기에 있다.
플랫폼C 활동가 (myungkyo.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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