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카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이 급감했다. 조달 금리가 오르고 높아진 연체율에 대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페이수수료 부과까지 예고됐다.

이 가운데 기본 성장동력인 수수료 인상 기회는 사라질 위기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시기를 미룰 예정이다. 노동계는 카드사를 적자로 내모는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수수료 산정에 개입하는 대신 페이수수료 부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 쓸수록 적자다”

카드사노조협의회(의장 정종우)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카드업계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사무금융노조와 금융노조 산하 롯데·신한·우리·하나·현대·BC·KB국민 등 7개 카드사 노조로 구성됐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를 예고한 데 따른 반발이 컸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운영해 왔다.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산정하는 식이다. 협상력이 약한 영세가맹점이 높은 수수료를 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그동안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로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종우 협의회 의장은 “13년간 14번 수수료를 인하했다”며 “최근 2년간 가맹점 수수료 영업이익은 1천300억원 적자다. 지난해 전체 카드 이용액이 14.1% 증가한 반면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2.6% 줄었다. 카드결제가 발생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책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는 진단이다. 정 의장은 “현재 97%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 부담은 0%”라며 “연 30억 매출의 자영업자까지 적자를 내며 수수료를 인하해 줘야 하냐”고 물었다.

“대출·신용한도 축소로 서민 피해”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문열 우리카드지부 위원장은 “카드사들은 저신용 고객들의 대출과 신용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며 “금융권에 연체율이 오르고 신용불안자가 양산되는 건 카드사의 수익성 강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BC카드의 적자는 상징적이다. BC카드는 올해 1분기 41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를 대행하던 BC카드는 회원사 수수료만으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2021년 카드사업에 뛰어들었다 조달 금리 인상 등으로 손실을 봤다. 두성학 BC카드지부장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여러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깨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내년 예정된 수수료 재산정은 2026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김준영 신한카드지부장은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대외 환경 변화로 예정됐던 수수료 인상을 미루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정작 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수수료(0.15%)를 요구했는데 금융위가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유료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장은 “금융당국의 근시안적 의사결정으로 카드사들은 연 1천억원이 넘는 수수료 부담에 직면했다”며 “정부의 특단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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