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지난 7일 토요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3차 집회를 개최했다. 필자도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제지하기 위해 참석했다. 100명 이내의 인원이 참가해 넓은 인도의 절반 이하 범위에서 지극히 평화롭게 연좌해, 비정규직이 감내해야 하는 열악한 처우에 대해 성토하고 인간다운 노동조건의 보장을 요구했을 따름이다.

공동투쟁이 남대문경찰서에 낸 1박2일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은 밤 11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의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취지로 제한을 통보했다. 이 집회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였다. 집회를 주최한 단체에서 이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않아, 해당 시간대 집회·시위 금지가 합법적인 행정처분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우이길 바랐으나,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평화적인 집회를 온갖 방법을 동원해 탄압했다. 참석자 모두 자리를 지키며 평화롭게 집회를 개최했고, 다른 시민의 통행과 일상생활에 끼치는 불편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일부 불편이 초래됐다고 봐도, “집회의 개최로 인해 제3자에게 일부 불편함이 발생하더라도 제3자와 국가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례(2000헌바67·83)가 요구하는 수인의무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발생시키는 소음을 지적했으나, 경찰의 소음이 훨씬 큰 것은 물론이고(멀리 광화문광장까지 들리는 소음은 오로지 경찰의 소음뿐이었다), 집회 참가 인원을 몇 배는 상회하는 경찰의 과도한 인력배치로 오히려 인도 전체가 가로막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경찰관이 집회 참석자들 바로 앞으로 와 시끄러운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며 ‘어서 꺼져라’는 듯이 손짓을 하는가 하면, 눈이 시릴 정도의 거대한 형광조명을 참석자측에 발사해, 집회 참가자들의 시각과 청각에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는 행위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경찰은 “(미신고집회의 경우에도) 옥외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해산명령을 할 수 있다”는 명백한 대법원 판례(2018다288631 등)에도 불구하고, 적법하게 신고했고 다만 경찰이 자의적으로 금지했을 뿐인 야간의 평화로운 집회에 대해 수 차례 해산명령 하더니, 새벽 2시께는 급기야 폭력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참가자와 변호단 모두를 ‘이격’ 조치하기에 이르렀다. 남성 경찰관 4~5명이 여성 노동자의 두 팔 두 다리를 잡고 아무렇지 않게 들어내는가 하면, 어떤 경찰관은 물리력 행사 과정에서 자신의 바지에서 손을 떼라는 한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 “말 잘 들으면”이라는 비아냥을 내뱉기도 했다.

1962년 개정된 구 헌법(6호)에는 “옥외집회에 대해는 그 시간과 장소에 관한 규제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18조4항). 현행 헌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정이다. 이처럼 집회 개최의 시간에 대한 규제를 법률에 광범위하게 위임하는 것을 헌법이 포기한 것은 집회 시간을 선택할 자유가 법률로도 함부로 규제할 수 없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라고 함으로써(2000헌바67·83) 이 점을 명확히 했고, 이러한 정신을 토대로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2008헌가25) 및 한정 위헌(2010헌가2·2012헌가13) 결정까지 했다. 이처럼 헌법적 결단에 의해 법률로도 함부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한 집회 개최 시간에 대해 경찰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금지를 남발하고 집단적인 폭력 행사로 관철했다.

“집회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야만적 공권력이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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