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업이 사업부문별로 노사협의회를 쪼개어 설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고용노동부 판단이 나왔다. 소속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논의할 수 있도록 기업 전체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부분근로자대표제를 추진하는 와중에 나온 노동부 판단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회사 단위 노사협의회 설치하라”

16일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조가 제기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위반 진정 사건에 대해 최근 진정사유를 인정하고 LG전자에 이행명령을 했다. 전체 회사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라는 것이 이행명령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2021년 기능직을 주로 조직하고 있는 교섭대표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 신청은 기각됐지만 노동위원회 심판회의 과정에서 LG전자가 기능직과 사무직으로 나눠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 운영이 불투명하고 근로자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지 않았다며 근로자참여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사건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해 1월 직종을 통합해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근로자위원도 적법하게 선출하라고 행정지도를 했다. LG전자는 꼼수로 대응했다. 같은해 10월 본부(5)·센터(7)·부문(7)·기타(3) 등 22개 조직 중 9곳을 선정해 노사협의회를 구성했다. 에어컨·티브이·연구소 등 9개 단위를 정한 뒤, 이들은 독립된 사업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부문별로 노동조건 결정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반발했다. 실질적 노동조건 결정은 LG전자 법인 단위에서 이뤄진다며 지난 1월 재차 노동부에 진정했다. 9개로 쪼개어 놓은 노사협의회는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 설치하도록 명시한 근로자참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번에도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1월 노동부는 노조의 진정사유를 인정하고 사측에 전체 사업장 단위의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라고 시정명령했다. 이로써 노조는 1차 진정 사건으로 직접 투표를 통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을, 2차 진정으로 법인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노동부 판단을 끌어냈다.

'노동자 파편화'에 제동

노동부의 이번 시정명령은 노사협의회 단위를 잘게 쪼개거나 기능을 축소하려는 기업 추세에 제동을 거는 판단이다. LG그룹 계열사로 좁혀 봐도 LG생활건강은 특정 사업장에만 노사협의회를 설치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LS일레트릭은 투표 없이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다가 행정지도를 받았고, LIG넥스원도 노사협의회를 재설치하고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기도 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부분근로자대표제를 도입해 연장근로시간 등을 합의하는 당사자로 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적지 않은 기업이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분산시키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해 LG전자처럼 노사협의회를 쪼개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부문 노사협의회가 노동자 권익 향상에 유리하다는 회사의 주장은 배척됐고, 노동자를 파편화하려는 시도에도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정명령이다”고 평가했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위원 선거가 사용자의 부당한 개입 없이 민주적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감시하겠다”며 “노사협의회 재설치에 적극 참여해 그간 누리지 못했던 직원들의 법상(근로자참여법)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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