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 자회사인 하나투어리스트가 오는 18일 첫 징계위원회를 연다. 대상은 단체교섭 중인 이은희 하나투어리스트노조 위원장이다. 근로시간면제를 사적 이용했다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당시 사측의 임금체불 여부를 다투러 관할 노동청에 출석했다. 하나투어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의 일면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하나투어와 하나투어리스트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투어노조(위원장 박순용)와 하나투어리스트노조가 생겼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엔데믹 이후 늘어난 여행 수요와 함께 폭증한 업무량으로 하나투어 내부는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 반발을 사고 있다.

엔데믹 후 퇴사 행렬 … 40%가 1년 미만 신입 직원
교섭 중 노조 위원장 징계위 회부

하나투어리스트 구성원 대부분은 하나투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콜센터 노동자다. 하나투어 소속 촉탁직이던 이들은 2006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으로 고용 의무가 발생하면서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하나투어리스트는 하나투어와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본사에서 자회사 인원 배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다”며 “자회사 소속이면서 본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04년 하나투어로 입사한 18년차 콜센터 노동자다. 베테랑인 그도 팬데믹 당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연차 무관 200만원 받고 나가라는데 자존심 상해서 못 나가겠더라”고 했다. 2020년 6월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무급휴직(첫 6개월만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터널이 시작됐다. 사측은 어떤 설명도 없었다. 이 위원장은 “무급휴직 동의서 문자만 날아왔다. 언제까지 대기해야 하는지 불안했다. 중간중간 일부 직원들이 복직됐는데,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노조를 결성한 이유다. 무급휴직은 지난해 1월 전원 복직되면서 끝났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여행붐이 찾아왔지만 하나투어리스트에서는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콜을 소화하려니 과부화가 걸릴 수밖에 없다. 사측은 영업 정상화를 위한 채찍만 휘둘렀다. 이 위원장은 “미스콜과 이석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통화 시간이 길다는 지적도 했다”며 “영업 콜센터는 콜 수가 아니라 매출이 중요하다. 응대 시간이 길어지면 성사율도 높아진다. 여행업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성수기 지나고 대거 퇴직했다. 지금은 40%가 1년 미만 신입사원”이라며 “퇴사는 지능순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만연한 연장근로도 한몫했다. 고객의 예약은 주말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쌓여가는 예약에 노동자들도 주말과 밤을 가려 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전화 외에도 카카오톡 상담창구가 열리면서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굴러갔다. 카카오톡 문의에 대한 답변이 의무는 아니지만 답변하지 않으면 강성 민원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은 “회사는 연장근무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눈감은 채 자발적 연장근로라며 한 번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조 출범 직후 단체교섭에 나섰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노조 사무실 제공, 영업손실금 미청구, 휴가·명절 상여금 지급, 난임휴가 부여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5월 쟁의조정에 들어갔다. 교섭이 1년 가까이 공회전한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사측 경영진은 하나투어 출신으로 결정권이 없다. 본사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대화하자는 이 위원장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타임오프를 상급단체 방문 목적으로 신청했으나 실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개인 진정처리에 사용했다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근로시간면제를 신청한 지난 3일 서울노동청에서 팬데믹 시기 휴업수당 미지급 진정 관련 조사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에 대한 진정도 있었다”며 “오전에 징계위에 출석하고 오후에 두 번째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교섭 의지를 꺾으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열린 하늘길 … 해외여행 1등 둘러싼 전쟁
하나투어 해외항공 고객센터 연락 안 되는 이유

하나투어에서도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부서는 항공권 발권 업무를 하는 개별항공공급부다. 항공권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을 만큼 폭증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인터파크와 ‘해외여행 1등’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숙박예약 플랫폼 ‘야놀자’가 지난 3월 인터파크를 인수한 뒤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등’이란 광고로 업계 1위 하나투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터파크 주장의 근거는 항공권 판매량이다. 항공권 판매는 항공사 대행업이라 수익을 내는 사업은 아니지만 마케팅과 항공사 관계 측면에서 중요하다. 개별항공공급부의 업무량이 폭증한 배경이다.

특히 선(先) 발권 행사는 업무를 가중시켰다. 선발권으로 계약을 확정하면 여행사는 실적을 올리고 항공사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변동사항이 생기는 순간 취소 수수료 부과에 따른 추가 업무가 이어진다. 박 위원장은 “선발권은 취소율이 낮아 사측이 적극 홍보하지만 선발권으로 인한 고객 불만이 많아서 업무가 늘었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인원이 적은 문제는 사측도 인지하고 있다. 충원이 안 되니 다른 팀에 해당 업무를 돕도록 할 정도다. 사측 관계자는 “신규 채용을 하지만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조 입장은 다르다. 박 위원장은 “항공권 발권은 단순 업무라는 이유로 임금 인상에 한계가 있다. 고강도 저임금 노동인 것”이라며 “사람이 없어 경력 없는 사람을 뽑으면 못 버티고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인난의 원인이 저임금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장근로는 노사가 가장 대립하는 지점이다. 노조는 사측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4시간당 30분)을 몰아서 오후 6~7시 사이로 일방 결정해 1시간 동안 공짜노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항공권은 빠르게 발권하지 않으면 좌석이 사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업무를 조절할 수 없다. 고객이 결정할 때까지 대기하는 업무도 많다”며 “취업규칙에도 없는 휴게시간을 폐지해야 하지만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는 사측은 ‘김앤장이 문제 없다고 했다’는 답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사측 관계자는 “야근이 많은 부서에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뿐”이라며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하고 있다”고 노조 주장과 상반된 설명을 했다.

하나투어 내부갈등 배경엔 최대주주 사모펀드 IMM PE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하반기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부활하는 만큼 사모펀드가 대주주이면서 최대주주 지분율 25~50% 범위인 기업들의 매각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데, 하나투어(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28%)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 위원장은 “매각을 목표로 사모펀드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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