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가현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대외협력팀 매니저

자영업자 10명 중 3명(29.5%)은 여성이다. 여성 자영업자 10명 중 7명(76.7%)은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고 있다. 자영업에 뛰어들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본인의 비전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자발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 여성들은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인한 고용(경력)단절을 겪거나 가사노동·돌봄노동과 생계활동을 양립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또는 회사에서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겪는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용형태의 프리랜서도 증가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여성노동자의 문제와 고용(경력)단절이라는 어려움을 겪는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도 노동문제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인천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사장을 성추행을 한 일이 있었다. 심지어 고객의 일행들은 성추행을 지켜만 봤다. 이처럼 혼자 일하는 여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계속 있어 왔다. 6년 전에는 30대 남성이 혼자 일하는 왁싱사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죄가 있었다. 가해자는 여성이 혼자 일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를 노려 범죄를 저질렀다. 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인이 없는 자영업자는 언어폭력(5.6%),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0.9%), 신체적 위협(0.9%), 모욕적 행위(0.4%), 성희롱(0.4%)을 겪고 있다. 근래에 들어선 배달 앱의 별점을 무기로 성희롱을 하는 일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희롱이 발생하고 있다.

고정된 열린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여성 자영업자는 안전 문제에서 취약하며 쉽게 성적 대상화된다. 이는 산업재해 문제이기도 하다. 성희롱은 우울증 등의 산재를 일으킨다.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끼친다. 여성 자영업자들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CCTV를 설치한다. 성희롱을 비롯한 성폭력이 여성의 안전과 생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여성 자영업자가 성희롱과 성폭력을 감내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문제는 현행법에서 여성 자영업자 보호책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고객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에 의한 성희롱을 직접 규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거나 다른 가해 근로자처럼 징계할 수 없다. 사안에 따라 모욕죄로 고소하거나 명예훼손죄나 성범죄 등으로 고소·고발하고 처벌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현행 체계하에선 사업주가 피해자인 경우에도 보호받기 어렵다. 시간적·정신적 에너지 소모와 매출 감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고객을 직접 고소하기란 쉽지 않다. 고용관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고객에 의한 성희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여성 자영업자를 비롯한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성희롱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할 때 편의점에서 혼자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혼자 일한다는 특성으로 범죄 피해 취약층이 되는 현실을 체감하게 됐다.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도 안전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정형화된 임금노동 체계 밖에서 혼자 일하는 여성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고 및 조치 체계 강화와 형사처벌 대상 확대, 안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 자영업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며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성평등 노동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도 노동 문제와 연관돼 있다. 노동운동이 1인 자영업자의 이해대변까지 나아가야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 모으고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대외협력팀 매니저 (bethemi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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