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실

TV수신료(KBS·EBS)와 전기요금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KBS의 지정으로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KBS 수신료를 납부통지·징수할 때 자신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형식을 빌려 분리징수를 권고하고 법령 개정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윤석열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시행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현재의 납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됐다”며 “분리징수로 국민이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분리징수로 국민이 더 불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국민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유발되며, 징수 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 불편이 가중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개정안 공포 즉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KBS는 “정부가 시행한 수신료 분리 고지가 공영방송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드릴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와 야당은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재갈 물리기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3개 현업·시민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을 내고 “시행령 개정안은 헌재가 결정했고 방송법이 규정한 국회 권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폭거”라며 “국회는 시민·노동자·학계·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수신료 징수 근거를 법률로 확정할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상임위에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군사작전 하듯 한 달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을 처리하며 기어이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방송장악 시즌2를 보여주고 있다”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기 위해 위법과 편법도 불사하는 윤석열 정부의 만행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KBS 수신료는 단순히 KBS 재정 문제를 넘어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며 “지난 30년의 사회적 합의를 마치 군사작전 하듯 한 달여 만에 무너뜨리는 것은 명백한 공영방송 말살이자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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