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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년간 청소솔이 회전하는 청소차를 운전하다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윤성진 판사)은 청소차 운전노동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29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청소차 운전에 부품 교환, 허리 ‘굽힘’ 반복

A씨는 1995년 7월 S공업에 입사해 청소차 운전을 담당했다. 1주 5일간 하루 8시간 의자에 앉아 청소솔이 회전하는 청소차의 전·후면을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또 오염된 청소차의 부품 세척과 교환 업무를 했고, 무거운 세제도 투입했다. 그런데 25년이 흐른 2020년 9월 청소차에 투입하려던 세제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에 통증이 왔다.

열흘 뒤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요추부 염좌’를 진단받았다. A씨는 업무상 질병이라며 요양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단은 허리가 꺾이는 등 부적절한 자세로 청소차를 운전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허리디스크를 일으킬 정도로 빈도나 강도가 높지 않고 신체부담이 낮다며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허리디스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A씨는 2021년 12월 소송을 냈다. 그는 “작업 도중 운행하던 청소차와 바닥에서 발생한 진동이 허리에 노출됐다”며 “청소차 관리 업무에서 부적절한 자세로 작업해 허리에 부담이 누적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먼저 허리디스크 진단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A씨 주치의는 각종 검사와 요추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거쳐 상병을 확인했다는 소견을 밝혔다. 공단 자문의(신경외과)와 법원 감정의 역시 의무기록과 영상자료를 확인한 결과 상병이 인지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 판사는 “별다른 자료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상병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 심의 의견만으로는 이를 뒤집고 상병이 발병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감정의 소견 엇갈려, 법원 “장기간 부담 누적”

A씨의 평소 ‘작업 자세’도 산재 근거가 됐다. 윤 판사는 “원고는 청소차 운행 과정에서 허리를 회전하거나 꺾는 등 자체를 취하면서 청소차 내부에서 발생한 진동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필요한 경우 무릎 꿇은 자세나 쪼그린 자세를 취하기도 했으며 중량물을 취급해 허리 근골격계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업무는 허리의 근골격계를 주로 사용하는 업무로서 그 과정에서 중량물 취급과 반복된 진동 노출로 허리 근골격계에 부담이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이 같은 형태로 근무한 기간이 24년을 넘는다면 누적된 부담의 정도도 결코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솔이 바닥을 닦아 내는 방식으로 청소차가 움직여 일반적인 차량보다 더 큰 진동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퇴행성’이 디스크의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신경외과 감정의 소견도 일축했다. 반면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요추부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판사는 “신경외과 감정의는 원고가 일반적인 자동차가 아닌 바닥면에 설치된 청소솔이 회전하는 청소차를 운행했다는 영상 등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고 감정했다고 밝혔다”며 “신경외과 소견을 직업환경의학과 소견보다 우선해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청소차 업무가 디스크를 유발했는지와 디스크 증상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감정의 소견이 상반됐지만, 법원은 임상과 업무관련성 판단 영역을 구별해 판단했다”며 “공단이 퇴행성으로 디스크가 발병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업무환경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기초로 산재가 인정됐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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