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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버스기사들의 정년 도과 이후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과 관련한 ‘기대권’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년 계약의 버스기사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인정됐지만, 정년 이후 촉탁직이 되지 못한 기사의 ‘재고용기대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단체협약에 규정이 없고, 재고용 관행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년 지난 기사 2명, 근로계약 종료에 소송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인천 계양구의 시내버스 회사인 D운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D운수는 정년이 된 버스기사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근로태도·성적·업무 필요성 등 기준에 따라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을 마련해 시행해 왔다. 단체협약에도 만 61세의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과반수노조와 협의해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버스기사 A(갱신기대권)씨와 B(재고용기대권)씨는 정년퇴직 후 상반된 결과를 받았다. A씨는 2015년 12월 정년 이후 다음해 1월 1년간 촉탁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1년 이후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았다. 반면 B씨는 2016년 12월 정년이 됐지만 재고용되지 못했다.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이었다.

회사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정년 도과자 23명 중 13명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 2017년 기준으로도 촉탁직 기사 35명이 근무했다. 이 중 21명은 많게는 여덟 번 재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A·B씨는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거나 연장되지 않은 이례적 사례였던 셈이다.

그러자 이들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라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인천지노위는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뒤집고 버스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2017년 8월 소송을 냈다.

대법원 갱신기대권만 인정

1심은 갱신·재고용 기대권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사측 손을 들어줬다. 먼저 A씨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취업규칙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퇴직사유로 명시하고 있고, 재계약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도 단협 규정이 촉탁직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규정이 아니라고 봤다.

2심 판단은 달랐다. D사에서 한 번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퇴사한 4명 중 3명은 사고나 개인사정으로 퇴직한 부분을 근거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고용기대권도 인정됐다. 재고용 기준의 충족 여부를 심사한 자료 등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을 뒤집었다. A씨의 ‘갱신기대권’은 인정했으나 B씨의 ‘재고용기대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B씨 청구와 관련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는 회사에 재량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재고용 심사의 기준도 추상적으로만 제시돼 있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년 도과자 중 10여명이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유도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회사 사업장에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등의 규정이 존재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B씨에게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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