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청년이 어떻다라고 사회적으로 뜨겁게 이야기가 나왔던 시기를 복기해 보면 2010년대 초가 떠오른다. <88만원 세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대 격돌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98년 외환위기로 ‘정상 가족’과 ‘정상 노동’ 해체를 경험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약자로서 청년을 호명했다. 이런 호명은 이태백, N포세대, 달관세대 등으로 발전해 나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트랜드 또는 브랜드로 상징화되거나 기존의 사회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하고 ‘열정’을 요구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담론이 존재했다. 이런 호명은 지금 ‘MZ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88만원을 받아서 진짜 아픈 청년이건 아픈데 청춘을 이야기하는 로망을 가진 청년이건 X세대든 MZ세대든 어떤 이야기 간에 중요한 것은 외부적 해석이 아니다. 주체적 해석과 공통의 경험을 기반으로 세대는 스스로를 호명하기 시작할 때 이는 사회·정치적 힘을 갖는다. 그래야 정치와 함께 작동하며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동학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청년운동은 ‘청년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정치 전략’측면에서도 청년 당사자가 정치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기성의 것과의 부조화를 강조하지 않되, 더 자유로운 사회, 덜 권위적인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라는 지향을 기반으로 아픈 청년이건 안 아픈 청년이건 청년에게 기회를 달라는 패러다임으로 갈등 없는 운동의 전선을 만들었다.

각 정당이 2010년대에 들어 당직선거와 공직선거에 ‘청년 할당’을 내놓기 시작하며 생물학적 의미의 ‘청년세대’가 다양한 경로로 진출을 시작했다. 지역에서 시작된 청년기본조례 제정운동은 이러한 시류와 맞물려 청년기본법 제정까지 나아갔다. 서울시에서는 ‘청년자치정부’라는 500억 규모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실험도 만들어 내며 이 사회의 청년은 마이너한 의제가 아닌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늘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부터 구해 내야 한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갈등, 어용노조와 민주노조의 갈등, 대기업 공무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민간 중소기업 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의 갈등, 능력주의 및 경쟁을 기반으로 한 성장 패러다임과 평등주의 및 분배를 기반으로 한 탈성장 패러다임의 갈등, 가부장적 지배질서의 사회와 성평등한 사회의 갈등 등 수많은 갈등 가운데 청년이라는 단어는 메인스트림의 무언가로 작동하며, 갈등을 드러내기보다는 봉합하고자 했다.

갈등 없는 전선은 일면 성공적일 수 있으나 갈등을 마주하게 됐을 때 매우 취약해졌다. 지금 청년 정치의 현주소는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계급으로서 청년은 젠더갈등과 내부의 계급 격차로 특정한 세대로서의 주체적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에너지 가운데 파열음을 견뎌 내지 못했고, 분출되는 목소리에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며 갈지자 노선을 그렸다. 힘의 대결을 만드는 정권 교체와 더불어 담론도 조직도 정치도 다 흩어져 버린 상황 가운데 위기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실은 이 글이 청년유니온 스스로의 성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위기를 호명하는 것을 넘어 과거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길을 낼 때 같은 경로를 밟게 될 것이다.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함께 우리가 걸어왔던 경로를 평가하고 걸어갈 길을 만들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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