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한국의 노조운동이 오랜 고립·배제로부터 탈출하고 ‘반노동 노동개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노조시민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 ‘정책마루 선우재’가 지난 4일 저녁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노동사회의 혁신과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 노동기반 공익재단의 성과와 전망’ 주제의 1차 포럼 노동마루를 개최했다. 정책마루 선우재 상임대표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기조 발제를 통해 “21세기 노조운동의 시대적 과제는 시민주의에 대한 노동사회의 자각과 노동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적 포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시민주의 진화 사례로 노동기반 공익재단 꼽아

조 교수에 따르면 노조는 시민사회에 위치하는 결사체이지만 계급적 기원의 존재이자 시장 내 존재인 노동자 조직으로서 68혁명을 기점으로 구사회운동(노동)과 신사회운동(시민)의 분리·결별을 겪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노동운동의 계급지향적 전통에서 ‘시민적’이란 표현에 거리를 뒀고, 냉전과 분단의 한반도적 특수성으로 노동운동은 고립됐다.

하지만 21세기 노동의 귀환은 노조시민주의 전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노동과 시민은 오래된 분리·결별을 넘어 관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가치의 재구성과 확장적 연대에 대한 자각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노조시민주의는 시민사회적 연대의 영역으로 노동 공공성 확장을 통해 노조의 시민적 정체성을 주류화하는 전략 혹은 비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시민주의가 가장 진화된 사례로 노동 기반 공익재단을 꼽았다. 양대 노총 공대위 소속 5개 산별조직이 기금 출연한 공공상생연대기금(노동연대형),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공동 출연한 금융산업공익재단(노사공동형), 사무금융노조와 2금융권 사용자가 출연한 사무금융 우분투재단(노사협력형),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출발해 노조와 단체, 개인 후원으로 구성된 전태일재단(기념사업형)을 유형화했다.

조 교수는 “노조시민주의는 노조 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할 수 있으나 노조를 기반으로 시민사회에 제도화된 공익재단이나 노동공제회 등을 훨씬 더 진화한 노조시민주의로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 귀환 위해선 내부 불평등 대안 내놔야”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 사회로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노동의 시민성을 주변부 노동자, 노조 밖 노동자와의 연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이병훈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장은 “노조가 조합원 권익 찾기 못지않게 노동 밖 어려움과 사회적 문제에 발언해야 한다”며 “이런 변화가 노조시민주의로 보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필균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이사장은 “한국 노동운동 주류는 주변부 노동자 이해대변에 대단히 취약하다”며 “과거 서구에서 진화적 방법으로 사회개혁을 한 것이 노조라는 점에서 지금 같은 정부에서 노조가 (시민성 확장이란) 포괄적 길을 재정립하는 적기”라고 말했다.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미조직·불안정 노동자, 노동 밖 노동자, 지불능력이 바닥인 노동자들이 주로 전태일재단 문을 두드린다”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로봇 등에 격변할 노동 생태계에 대해 같이 고민해서 길을 찾자”고 제안했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노조가 내부 불평등 문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시민성 획득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노조가 귀환하기 위해서는 내부 불평등 문제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