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 여성노동자의 지위, 이대로 충분한가’를 주제로 삼은 여성노동포럼을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일과 양육의 병행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노동의 저임금화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일·가족양립의 첫 번째 조건 ‘노동시간 단축’

한국노총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 여성노동자의 지위, 이대로 충분한가’를 주제로 삼은 여성노동포럼을 개최했다.

여성 고용률은 출산 전후인 30대에 급격히 하락하고, 자녀를 어느 정도 키워 놓고 일터에 복귀하는 40대 이후에 상승하는 특징을 보인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원제도 미흡, 믿을 만한 사회적 돌봄서비스 부족, 돌봄노동을 여성의 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낮은 출산율의 배경으로도 꼽힌다. 포럼 발제를 맡은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동시간의 관점에서 여성 고용과 일·가족양립 문제를 살펴봤다. 그는 “남녀 모두 일하는 것이 일반 규범이 되면서 일하면서 출산·양육 시기를 거쳐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 의제가 됐다”며 “일·가족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일·가족양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첫 번째 조건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지목했다.

장시간 노동은 가사나 자녀돌봄 같은 생활시간이 부족으로 이어지고 일과 가족을 양립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준다. 그는 “장시간 노동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가정 내 돌봄제공자를 전제하는 생산방식”이라며 “장시간 노동 관행이 남성 우대, 여성 차별구조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장시간 노동 우려를 낳고 있는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과 방과후 늘봄학교 시간연장에 “노동자 권익 측면 뿐만 아니라 성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이 있겠냐”며 “일과 가정생활이 가능하도록 노동시간 단축 등 제도개선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가족양립을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 노동권으로 만들 것을 노동계에 요청했다.

혼인 여성이 비혼여성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 높아
“원인은 여성에 전가되는 육아·가족 돌봄”

노동시간 내 여성 차별은 수치로 드러난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확인했더니 지난해 8월 기준 여성 임금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1.6%다. 저임금 노동자는 시간당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인 노동자를 뜻한다.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218만7천명으로, 전체 저임금노동자의 64.7%를 차지한다. 저임금 노동자 3명 중 2명이 여성이다. 남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같은 기간 10.6%로 여성보다 11%포인트 낮았다.

혼인상태별로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을 살펴봤더니 지난해 8월 기준 미혼일 때는 16.3%, 기혼일 때는 23.9%로 분석됐다. 남성 저임금노동자 비율은 미혼일 때 12.4%, 기혼일 때 9.7%로 나타나 여성과 반대였다. 김난주 연구위원은 “결혼·임신·출산과 이후 여성에게 집중되는 육아·가족돌봄이 혼인 여성의 저임금 노동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고 해석했다. 그는 여성노동의 저임금화를 방지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경력설계를 지원하고, 사업주를 대상으로 성평등 일자리 조성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의 이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사회서비스원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운영을 효율화하고, 돌봄노동에 대한 정부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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