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정부와 경찰의 건설노조 수사가 재판장으로 향하면서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을 형사법적으로 규율하려는 시도를 우선 차단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한 사정 변화를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 3권은 원래 위력 수반하는데…”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노조 단체교섭과 협박죄의 형사면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형법상 구성요건 해당성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대법원은 2020년 9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동 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 개입을 통해 실현될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 규정만으로 법규범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당시 단결권의 법적 성격이 주된 쟁점이었으나 대법원은 단결권에 국한하지 않고 노동 3권을 묶어서 구체적 권리성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단체교섭권과 관련한 법해석에도 해석지침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이미 구체적 권리로 명시한 노동 3권 행사를 형법으로 끌어와 구성요건의 타당성을 갖췄는지 점검하고 위법이라고 보는 것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노동 3권은 본질적으로 상대방(사용자)에 대한 행위를 강요하는 위력을 수반한다. 권 교수는 “(현재 검경 판단대로라면) 노동 3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늘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헌법에 노동 3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취지가 과연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파업과 교섭을 하라는 취지였겠느냐”고 따졌다. 노동 3권의 본래적 의미를 형법으로 옭아매는 검경과 이를 수용하는 법원을 겨냥한 말이다.

“ILO 협약 비준 않았다던 정부, 이제는?”

그럼에도 검경이 형법을 토대로 노조활동을 범죄화하는 것에 박지현 인제대 교수(법학)는 “불법 하도급 고발이나 집회 개최를 고지한 행위의 목적이 조합원 우선채용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 특정하고 처벌할 근거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건설노조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벌인 집회가 조합원을 우선채용하고 전임비를 받기 위한 목적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검경의 수사를 짚은 것이다. 박 교수는 “노사관계에서 단체교섭은 원래 상대방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몰아세우는 과정이고, 불법 하도급 고발 고지는 조합원의 우선채용 합의를 향한 것도 사실이나 동시에 불법 하도급 근절 자체를 위한 것”이라며 “권리고지 행위(집회 및 불법 하도급 고발 알림)와 단체협약 체결은 수단과 목적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는 관계이며 심지어 단협 체결은 경우에 따라 사용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법률 상황의 변화를 중점으로 지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과거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건설노조의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 요구와 전임비 지급 문제를 불법화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한 전적이 있다”며 “당시부터 ILO는 이런 한국 정부의 행위가 결사의 자유를 훼손해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권고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ILO 협약에 비준하지 않았었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는데 이제는 가입을 했으므로 사정의 변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므로 법원 등이 노조법에 형사법을 적용해 온 관례를 바꿀 사정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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