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62조에는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해야 하며,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승강기를 수리·점검 작업을 할 때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6월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승강기 통로 6층에서 지하 2층으로 약 20미터를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오티스엘리베이터 소속 노동자로 지난해 입사해 올해 초 정규직이 됐다. 업무를 수행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기사다. 경력이 많지 않았던 고인은 1인 작업으로 승강기 수리 작업 도중 안타깝게도 사망한 것이다. 사망하기 14분 전 회사 선임노동자에게 전화를 했다.

“혼자선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승강기 작업하다 숨진 노동자만 38명에 이른다. 2020년 4월 승강기 업계의 불공정한 계약과 불법 하도급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관계 부처가 모여 ‘승강기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수립·발표했다. 주요 추진과제로 공정·평등한 계약 관행 확산, 안전한 작업여건 마련, 안전작업 체계 및 감독의 실효성 확보를 하겠다던 안전 강화 대책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왜 3년이 지났는데도 현실은 바뀐 것이 없이 여전히 참담한가?

2016년 구의역 김군도,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도,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위험한 작업임에도 2인1조 작업을 하지 못하고 1인 작업을 하다가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승강기 보유대수는 2020년 74만9천845대, 2021년 78만467대, 2022년 81만1천602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고장건수는 2019년 8천591건에서 2020년 1만7천31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 2만3천358건, 2022년 2만3천796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사고발생수도 2018년 24명에서 2019년 7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2020년 91명, 2021년 80명, 2022년 55명으로 조금씩 줄지만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승강기의 수리·정비 및 관리하는 업체의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증가한 업무량에 따르는 인력충원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 2인1조 작업 의무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작업자만이 증가된 업무량과 고장·수리 등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촉박한 시간에 맞춰 힘겹게 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위험한 노동환경이 2019년 9건, 2020년 14건, 2021년 14건, 2022년 9건의 승강기 기술자 사망사고로 귀결된 사실을.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티스 회사 누리집엔 “전 세계 6만9천명의 오티스 직원들을 우리는 가족과 같이 여기고 있으며, 매일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6월23일 회사의 직원이었던 한 노동자가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노동부는 철저한 진상조사 통해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제대로 묻고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오티스엘리베이터와 관련 승강기 업체는 매년 증가하는 승강기 대수에 비례한 적정한 인원충원과 함께 승강기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시 2인1조 작업을 의무화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매일 안전하게 노동자가 집으로 퇴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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