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결 :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정기호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정기호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1. 사건의 개요

가. 2017다46274 사건

현대자동차가 비정규 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아 자동차 생산공정에 사용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자(2010. 7. 22. 선고 2008두4367판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시정과 파견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10년 11월15일부터 2010년 12월9일 사이에 원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해 위 공장이 278.27시간 동안 중단됐다. 현대자동차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울산 1공장의 조업이 25일 동안 중단됨으로써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 4명(피고들은 모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아니라 투쟁에 연대를 했던 정규직 활동가, 금속노조 간부, 대법원 판결 당사자 등이다), 소제기 당시에는 29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 외에도 90억, 80억, 10억 등 총 200억을 비정규직지회와 조합원들 대상으로 청구했고, 나머지 사건들은 상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그대로 확정됐다.

나. 2018다41956 사건

위 2010년의 1공장 점거파업은 12년9일자로 종료됐다. 당시 현대자동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하청업체, 비정규직지회 등으로 구성된 5자 특별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파업이 종료됐으나, 이후 노사교섭은 현대자동차 사측의 무성의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하청업체는 교섭 중인데도 2010년 파업을 이유로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를 자행해 500여명 이상 조합원들이 정직 등 다양한 징계를 당했다. 그중 60여명이 해고됐고, 불법파견 철폐·정규직 전환은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계속해서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중단,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요구를 묵살하고,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들을 해고하는 등 탄압을 지속하자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2013년 7월12일 조합원들에게 원고 현대자동차의 공장 내 의장 32라인 공정을 점거하도록 해 위 공정이 63분간 중단됐다.

2. 피고들의 주장 및 판결의 요지

가. 2017다46274 판결

이 사건의 피고들은 ① 쟁의행위 결정 과정에 가담하지 않은 피고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특히 피고 중 한 명은 농성행위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공장 밖에서 농성투쟁을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로서 조합원들에게 격려하러 농성장에 몇 시간 머무른 것이 행위의 전부인데(업무방해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방조죄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해 방조 행위로 유죄 인정, 대법원에서 집회 개최는 무죄, 농성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방조 유죄 인정 취지로 파기됨), 손해액에 전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② 현대자동차가 주장하는 고정비 손해는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회수가 되는 것이므로, 현대자동차의 손해는 차량구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해 사전에 약속한 인도일에 인도되지 않거나 인도일이 늦추어져서 차량구매계약을 체결한 계약자가 계약을 취소한 경우 그 차량 가격에서 차량생산에 필요한 고정비, 물류비 등을 뺀 부분이 현대자동차의 순이익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계약해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생산에 증가된 비용이 발생하면 그 비용, 계약자에게 지연인도로 인한 위약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위약금 등이 현대자동차의 손해라고 할 것인데, 입증이 없다, ③ 이 사건의 발단은 현대자동차가 파견법을 위반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서 촉발된 것인 만큼, 피고들의 책임보다는 현대자동차의 책임이 훨씬 크므로 피고들의 책임은 1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④ 이 사건 청구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얻는 이익은 없거나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피고들에게는 매우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피고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①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 결정·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합해 실행됨)에 비춰,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가 된다. ②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③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④ 따라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나. 2018다41956

피고들은 ① 자동차가 예약판매 방식으로 판매되고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어 자동차의 인도일이 다소 늦어진다고 해 바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쟁의행위 종료 후 연장근로 내지 휴일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이 모두 회복돼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으므로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 바 없다. ② 아울러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투쟁을 약화시키고 파견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에 따른 책임(체불임금, 근속, 복리후생 등)을 회피하고자 정규직 전환 대신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강행했다. 신규 채용에 응하면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조건으로 노동조합 탈퇴와 노동자지위확인 소송의 취하를 요구했는데, 이처럼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소를 활용했으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대법원 이 사건에서 쟁의행위 종료 후 제품의 특성과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범위에서는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정비용 손해는 조업중단으로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판매와 매출이 감소해 매출액에서 회수할 수 있었던 고정비용을 회수하지 못함으로써 비로소 손해가 되는 것이다. 고정비용은 추가 생산으로 생산량을 만회한다고 해 그에 비례해 더 지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고정비용의 성격에 비춰 보면,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만회된 경우, 생산 감소에 따라 매출 감소를 추정하는 경험칙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고정비용 상당 손해 발생 추정이 복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3.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체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임을 명확히 했다. 기존 판결은 조합원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조합원과 노동조합과 같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번 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책임은 같지 않고 조합원의 역할과 책임 정도에 따라 달리 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단체행동이므로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단체인 노동조합에 물어야 하나, 그동안 사용자들은 조합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이를 빌미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투쟁의 약화를 가져오는 수단으로 활용해 헌법상의 기본권인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침해되는 결과가 양산됐다.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에 제동을 걸어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토대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동일한 취지의 판결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특히 3조에 개정안에 대해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과 민법 등과 체계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상대로 가해행위의 존재와 위법성, 손해의 발생, 손해액을 모두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쟁의행위 사건에서만 기존 대법원 판례는 쟁의행위가 있고 생산이 조금이라도 중단되면 손해가 있다고 추정한 후 고정비가 손해임을 인정하는 구조였다. 일반 손해배상 사건과는 다르게 사용자에 특혜를 부여했던 측면이 있다. 이번 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쟁의행위 종료 후 생산손실이 만회되고 이러한 생산손실의 만회를 통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않았다면 쟁의행위로 매출 감소 및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판시한 것이다. 고정비 손해의 추정을 깨뜨리고 쟁의행위 이후의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과 그 액수를 결정하라는 최초의 판결이다. 대번원의 이번 판결은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한한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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