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상품이 나와서 합적(재분류하고 바구니나 봉투에 담는 작업)하는데 월평균 39시간을 씁니다. 바구니를 반납하고 정리하는 데 13시간, 상품이 제대로 나왔는지 검수하는 데 39시간, 상품출하가 늦어서 허비하는 데 월평균 20시간을 쓰고 있습니다.”(택배노동자 A씨)

“집화를 하는 택배노동자들은 상차 작업을 하거나 상차를 하기 위해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월평균 대기시간이 200~400분이 됩니다. 간선차에서 하차한 상품이 파손되면 택배기사가 직접 상품을 재포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노동자는 건당 배송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보상받지 못합니다.”(택배노동자 B씨)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장시간 공짜 노동을 하면서도 평균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을 훨씬 밑도는 6천340원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들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실질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총수입에서 업무 관련 지출
4대 보험·퇴직금도 본인 부담

서비스연맹은 27일 특수고용 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8일부터 12일까지 8개 직종 특수고용 노동자 9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택배기사·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퀵서비스기사·가전방문점검원·마트배송기사·학습지교사·방과후 강사가 조사에 참여했다.

방과후 강사를 제외하면 7개 직종 모두 법적 최저임금에 미달했다. 월평균 수입에서 업무 관련 지출비용과 노동자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주휴수당, 4대 보험, 퇴직금 액수를 고려해서 산출한 평균 시급은 6천340원이었다. 올해 법정최저임금인 9천620원의 66% 수준이다. 시급이 가장 높은 직종은 방과후 강사(1만9천870원)로 유일하게 최저임금을 웃돌았다. 방과후 강사는 8개 직종 중 월평균 수입이 가장 낮은데도 수업 시수가 적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방과후 강사 다음으로는 택배기사(8천640원), 마트배송기사(7천310원), 학습지교사(6천850원), 배달라이더(5천400원), 방문점검원(4천520원), 대리운전기사(4천250원)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직종은 퀵서비스기사로 3천700원에 그쳤다.

운송 직종 ‘장시간 노동’에 ‘공짜노동’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4시간으로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취업자 평균(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인 38.8시간보다 7시간 길었다. 배달라이더가 61.8시간으로 가장 높았다. 배달라이더 외에 특히 택배기사(52.8)·대리운전기사(53.1)·퀵서비스기사(58.6)·마트배송기사(56.1) 같은 운송 관련 직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50시간을 넘었다. 방과후 강사가 21.6시간으로 가장 낮았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업무를 시작할 때 퇴근시간 예상이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배송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그랬다. 퀵서비스기사는 76.9%가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고, 대리운전기사(73.0%), 마트배송기사(61.8), 배달라이더(54.8)가 뒤를 이었다. 퇴근시간 예상이 가장 수월한 직종은 방과후 강사(98.3%)였다.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루의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계획적인 삶을 살기 어려워져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이른바 ‘공짜 노동’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무준비시간, 대기시간, 이동시간, 헛걸음 등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루 노동시간 중 일과 일사이의 대기시간이 월 1.4시간이나 됐다. 퀵서비스기사가 2.6시간으로 가장 높았고, 학습지교사와 방과후 강사가 0.9시간으로 가장 낮았다.

서비스연맹은 건당 보수를 인상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그래야 물가급등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맹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도급제 등으로 임금을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

공짜노동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케어솔루션은 소속 대여제품 방문점검원들이 고객집에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했을 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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