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특수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이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교원평가를 ‘개악’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흐름이 대학에 영향을 끼치면서 교육기관 기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20개과 폐과, 교원평가에 입학률 반영 높여

25일 교수노조 한국폴리텍대지회(지회 위원장 김정렬)에 따르면 폴리텍대 법인은 지난달 ‘폴리텍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폐과 계획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방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안에는 ‘저성과 학과’를 폐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3년간 입학률이 70% 미만이고 학과평가가 하위 25%인 20개 학과(11개 캠퍼스)는 내년부터 모집을 중단하고 하반기 폐과한다. 폐과 대상에는 기계, 발전설비, 전자학과 등이 포함됐다.

교원 성과평가는 입학률을 높게 반영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신입생 모집-양성-취업’과 같은 교육영역의 점수를 기존 40%에서 50%로 높이고 연구영역과 산학협력 영역은 40%에서 30%로 낮췄다. 조교수와 부교수의 재임용 도래 기간을 1년씩 연장하고, 조교수 임용 후 10년 내 승진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재임용에서 탈락하도록 했다.

법인은 타 대학에 비해 교원의 처우가 낮은 점을 경영상 위기로 진단하면서도 재임용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폴리텍대 교원은 정년이 65세인 타 대학과 달리 60세가 정년이고 급여도 타 대학대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은 현재까지 채용자가 없던 비정년트랙을 새로 개설해 3년 단위로 교원을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비정규 교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원 처우 개선 먼저 해야”

이번 방안은 올해 상반기 동안 노동부와 폴리텍대 교직원, 외부 전문가 등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련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입학률이 감소하면서 여타의 대학과 마찬가지로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까지 110.6%이던 폴리텍대 입학률(정원 외 포함)은 93.2%로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강도 높은 공공기관 구조조정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폴리텍대는 대학이자 직업훈련기관인 동시에 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이번 방안에는 학위 과정을 축소하고 교원 승진 자격을 높이며 비정년 교원 트랙을 도입하는 등 정부의 구조조정 흐름을 좇는 내용이 담겨 교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렬 위원장은 “폴리텍대는 뿌리·기간산업 같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직종을 우선 개설하고 취약계층·은퇴자의 교육·취업을 지원하는 사회의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혁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율 저하에 따른 입학률 저하의 책임을 교원에게만 돌리는 혁신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정한 책임은 노동부와 법인이 열악한 교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폴리텍에서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고 내부에서 협의 중이며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은 조율 중”이라고 답했다. 폴리텍대 전략홍보실은 “혁신안은 성과 중심의 경영혁신 및 새로운 변화 요구에 직면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공공 직업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이라며 “교원 재임용 횟수의 제한과 함께 임용 기간을 직급별 1년씩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교직원 의견을 듣고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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