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케이비오토텍(옛 갑을오토텍)에서 27년 동안 일한 노동자의 루게릭병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산재로 인정받았다.

22일 노무법인 참터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루게릭병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지만 과거 업무과정 중 납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노출을 추청해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94년 케이비오토텍에 입사한 후 2021년 7월 루게릭병을 진단받기 전까지 일했다. 주요 업무는 차량용 라디에이터(열교환기) 시제품 제작이다. A씨는 입사 후 2006년까지 납이 90% 이상 함유된 제품을 사용했고, 트리클로로에틸렌을 세척제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환기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설비가 설치된 작업장에서 일했지만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유해 작업환경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 A씨가 생산하던 라디에이터는 단종됐고, 위탁업체에서 A/S업무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에서 “A씨가 납과 유기용제에 높은 수준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며 루게릭병의 발생에 상당 기여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루게릭병의 직업성 유해인자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지만, 워낙 유병률 낮은 탓일 뿐, 직업적 납 노출이 루게릭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계의 보고가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가족력이나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산재 인정 근거가 됐다.

김민호 노무사는 “질병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고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중추신경계질환 유발물질로 알려진 납과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대한 실태조사, 추적관찰을 실시해야 한다고 김 노무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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