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시청광장 사용 불허를 규탄하고 집회시위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집회와 시위가 사실상 허가제로 둔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광장 사용을 불허하고, 경찰은 교통체증을 이유로 사실상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식이다.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의 집회·시위 신고도 마찬가지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노동자·시민들은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들어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규탄했다. 이들은 우선 경찰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일치 결정에도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민주노총이 다음달 총파업 결의대회와 행진, 문화제 등을 위해 4일부터 17일까지 27차례에 걸쳐 집회신고를 했지만 이 가운데 후순위신고 3건은 모두 금지됐고 22건은 부분금지·시간제한, 2건은 각각 시간제한과 부분금지(중복장소) 통고를 받았다. 사실상 모두 경찰이 시간과 장소, 인원을 통제한 셈이다.

부분금지 통고에 주로 활용된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조항이다. 시행령에서 정한 주요 도로 집회를 경찰이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민주노총은 시민의 공간인 광장을 지자체가 틀어막은 채 집회·시위 참여자를 도로로 내몰고 집시법 12조를 신고제를 허가제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헌법은 집회와 시위의 허가를 금지하고 있고 2009년과 2014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집회 시위의 일출·일몰 제한이 사라졌다”며 “12조를 이유로 집회에 따른 교통 소통 불편을 이야기하지만 국제인권규범에 비춰보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 2016년 방한한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집회는 원래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정부와 국민은 그것을 수인해야 한다”며 “도로 소통을 이유로 집회 금지통고를 남용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한국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헌법이 정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사실상 탄핵사유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며 “헌법이 정한 집회·시위의 허가 금지 조항을 어긴 것은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처사로 명백한 탄핵사유”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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