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와 교수단체·지역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백병원 이사회에 폐원 추진을 중단하고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울백병원은 1941년 개원한 백인제외과병원의 후신으로, 82년 역사를 지닌 병원이다. 1946년 국내 최초 ‘민립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1975년 서울 도심 유일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1992년 국내 최초 성인 간암 환자 간이식 성공 같은 굵직한 역사를 썼다. 1979년 인제대를 설립하면서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병원 경영도 맡았다.

그러나 2004년 73억원 손실을 기록한 뒤 2023년까지 누적 적자가 1천745억원으로 불어나 경영이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백병원 이사회는 2016년 경영 정상화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축해 인력·병상 감축과 외래 중심 병원 전환, 레지던트 수련 중단 등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사회는 20일 회의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을 최종 결정한다.

문제는 지역의료 공백이다.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으면 서울 중구엔 대학병원이 한 곳도 없다. 뿐만 아니라 2004년 중앙대 필동병원·2008년 이대 동대문병원·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2019년 성바오로병원·2021년 제일병원 등 서울 도심 의료기관이 연이어 이전 또는 폐원해 도심 의료공백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서울백병원 노동자 393명의 고용도 위기다. 공동대책위는 “서울백병원을 폐원하면 그간 경영정상화를 위한 병상과 인원 축소, 구조조정을 견디며 헌신한 노동자를 토사구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쪽은 다른 백병원으로의 고용승계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거리가 멀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백병원 외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경기 고양 일산백병원, 부산 해운대백병원, 부산진구 부산백병원이 있다.

공동대책위는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자 발생 원인과 함께 학교법인이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자한 금액 등을 분석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대학교수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포함한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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