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웃지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상황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오늘도 실패한다. 법정 앞을 기웃거리던 사진기자는 회전문 나오는 사람들 표정을 읽느라 긴장한다. 굳게 다문 입을, 옆자리 선 사람 눈매를 살핀다. 일찍 들이닥친 노안 탓인가, 보이질 않는다. 눈치껏 찍는 수밖에. 웃음이 얼마간 번지는 걸 본 누군가, 만세 포즈 요청을 했는데 화이팅에 그쳤다. 손잡고 활동가 윤지선의 통화내용을 얼핏 듣고 나서야 분위기를 파악했는데, 어라, 마냥 웃는 사람이 거기 없었다. 파기환송은 기꺼이 반길 만 한 일이었다지만, 남은 손배소 억 소리 나는 규모를 당사자들은 잘 알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십수 년을 싸워 온 사람이 마이크 들어 말했다. 오늘 또 겨우 한걸음을 뗀다. 기자회견을 마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김정욱이 ‘자유 평등 정의’ 글자 새겨진 대법원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넌다. 정확한 판결 내용을 파악하느라 내내 스마트폰 속 자료 살피던 윤지선이 함께 걷는다. 조바심이 난 사진기자가 뭐라도 담아야지 하는 생각에 게걸음으로 따라붙는다. 한걸음이, 한 장의 사진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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