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소희 기자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국가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신고제인 집회·시위 개최 시간과 장소, 인원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집회·시위를 통제하고 불법딱지를 붙여 연행·강제해산 등 폭력적인 진압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찰 ‘부분 금지’ 활용해
시간·장소·인력 모조리 통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년 집회의 자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토론회에서 서일경 건설노조 법규부장은 지난달 16·17일 노조의 도심 집회·행진과 노숙집회에 대해 24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8개 신고는 전면불허됐고 16개 신고는 부분금지통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분금지통고는 모두 공통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또는 5시까지만 집회를 허용한 방식이다.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해 법적으로 허용된 야간집회를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장소·인원 등을 통제한 경찰은 신고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노조와 시민단체의 집회를 불법 또는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해산하고 있다.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는 “집회의 자유 탄압 수위를 높이는 정권의 의도는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논란이 집회의 자유를 둘러싼 전선으로 옮겨가길 바라고. 그로 인해 막상 집회를 통해 주장한 다른 이슈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집회의 자유 위협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김 변호사는 이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제의 자의적 확대 적용 시도 △집시법 및 시행령 개정 시도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경 대응 시도로 구분했다. 특히 교통 불편을 내세운 집시법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조항)를 과도하게 적용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지역에서 2011~2016년 사이 집시법 12조를 적용한 금지통고가 121건인데 윤석열 정권 집권 1년 차인 2022년에만 219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중 (다른 조항이 아닌) 12조만을 이유로 금지통고를 한 것은 154건인데 100건이 용산경찰서의 처분”이라며 “시민 교통불편을 앞세운 금지통고가 실제로는 무엇을 지키는 데 복무하고 있는지 추정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 정권 비판 집회를 막는 데 악용됐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문 닫은 광장, 도로 내몰린 노동자·시민 ‘불법’ 낙인

경찰에 보조를 맞춰 서울시는 집회·시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화문·청계·서울광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집회를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장에서 내쫓긴 노동자와 시민이 불가피하게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하고 집시법·일반교통방해 같은 혐의로 불법 낙인이 찍히는 모습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집회·시위를 한다고 하면 광장에 새벽부터 펜스를 설치해 시민의 통행마저 방해한다”며 “진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냐”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특히 최근 경찰의 집회·시위현장에서의 폭력이 도를 넘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16·17일 건설노조 노숙집회 이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의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행동의 야간문화제 진압,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건설노조의 시민분향소 설치 무력 철거 등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선휴 변호사는 “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활자화돼 새겨진 문구조차 무시하는 공권력을 통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단은 마련돼 있는가”라며 “집회의 자유를 지켜 낼 방안을 모색하고 노력해야 할 지금 어떻게 불가역적 진전이 가능할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토론회를 다시는 열지 않기를 바랐다”며 “지난한 시간을 거쳐 확대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또다시 위기에 처할 상황에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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