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냉방장치 없이 무더위에 일하는 노동자의 고통도 어느 때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처럼 강도 높은 심야 노동이 이뤄지는 현장이 위험하다. 쿠팡 물류센터 ‘폭염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전국 곳곳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각 센터에서 일하는 물류노동자들은 통상 연장근무 1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 동안 일한다. 식사시간이 중간쯤 있는 경우 4시간 일하고, 1시간 동안 식사를 한 후 다시 5시간 동안 연속 일한다. 구체적인 시간 배분은 센터나 주간조냐 오후조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대다수 센터는 1시간의 식사시간 외에는 휴게시간이 없다. 당연히 쿠팡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에 대해 큰 불만을 토로한다. 현재까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동탄 센터에서만 단 10분의 휴게시간이 생겨 ‘식사시간 50분, 휴게시간 20분’ 형태로 운영된다. 인천4 센터는 10분을 식사시간에 붙여 원래 60분이었던 식사시간을 70분으로 늘렸다. 나머지 센터는 여전히 식사시간 외의 휴게시간이 없다.

상상해 보라. 출근해서 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일하다 식사를 하러 간다. 정말 피곤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버틴다. 그런데 식사하고 나서 다시 5시간 동안 휴식 없는 고강도 노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몸에는 이미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식사시간 전후의 연속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한다. 새벽배송이 많은 신선센터의 경우에는 식사를 언제 하느냐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부천 신선센터에 오후조로 출근하는 경우 오후 6시에 출근해서 2시간 일한 다음에 바로 식사를 한다. 그러면 식사 후로는 6~7시간 동안 쉬지 못하고 꼬박 일해야 한다.

‘휴게시간이 없다’는 것.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물류센터에서는 근무시간 내내 서 있고, 걷고, 뛰고, 카트를 밀거나 중량물을 나른다. 잠깐만 가만히 서 있어도 “빨리 움직이라”고 다그친다. 근무시간에 목이 너무 마르면 어떻게 하나? 어지럽거나 피곤하면? 잠깐 앉을 수는 있나? 일하다가 휴게공간에 갈 수 있나? 갈 수 없다면 왜인가? 노동자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럴 땐 화장실에 가서 눈을 감고 잠깐 앉아 있는다” 관리자의 시선과 압박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장소가 화장실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난다거나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노동자에게는 사측이 식염포도당을 제공한다. 사측 입장에서는 사용자로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겠지만, 노동자의 건강을 생각하면 식염포도당을 먹어가며 근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적절한 냉난방이 가동되는 곳에서 일하고, 중간에 휴식을 통해 피로에서 회복하며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쿠팡물류센터지회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

휴게시간 없는 노동은 물류센터의 일반적인 관행은 아니다. 다이소 물류센터의 경우 휴게시간은 식사시간 외 45분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45분을 3회 정도로 쪼개 사용한다. 의류업체 나이키의 물류센터에서는 식사 전 30분, 식사 후 30분의 추가 휴게시간이 주어진다.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의 물류센터도 식사시간 외 30분의 휴게시간을 준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노동자에게 잠깐 쉬면서 숨돌릴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쿠팡은 차 한잔 마실 시간,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을 안 준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휴게시간 없는 노동이 여름철 폭염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쿠팡 물류센터의 폭염 시기 노동조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난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는 실내작업자에게도 휴게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노동자들에게 10분의 휴게시간을 주었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뉴스룸에 ‘더위 걱정 1도 없어요! 쿠팡의 여름나기’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올렸지만, 영상 속 휴게공간은 작업공간과 별도의 사무동에 위치한다. 근무 중 15분의 휴게시간에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공간까지 갔다 오는데 10분 안팎이 소요된다.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휴게시간 없는 노동은 집중력 저하로 인한 사고 위험을 높인다. 근골격계 또는 심혈관계 질환 발병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쿠팡에서 몇 달 일하고 나면 몸이 상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몸이 상한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거나, 일터를 떠나 실업급여를 받거나, 개인적으로 치료를 받는다. 이것은 원래 쿠팡 사측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사회로 전가하는 것이다. ‘비용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야말로 쿠팡이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비결 중 하나 아닌가.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일도, 복잡한 알고리즘을 동원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쿠팡이 결심하면 되는 일이다. 올 여름에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누리며 즐겁게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