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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의 2023년 연차총회인 111차 국제노동대회 활동의 일환으로 ‘일의 세계 정상회의’(World of Work Summit)가 14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시작했다. ‘모두를 위한 사회정의’(Social Justice for All)를 주제로 하는 이번 정상회의는 ILO의 핵심가치인 사회정의를 지지하는 정책을 확대하면서, 이를 일관되게 조정하기 위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회원국 정상들의 고위급 포럼이다.

ILO는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에서 ‘사회정의를 위한 글로벌 동맹’(Global Coalition for Social Justice) 출범을 논의한 바 있는데, 이번 국제노동대회에서 동맹 출범이 공식화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ILO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정의의 핵심적 역할을 조명하며 사회정의를 전진시키고, 정책적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오게 되는 결과는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와 G20, 그리고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등 다자간 포럼에 제출돼 사회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에 관련된 논의를 이어 가게 된다.

정상회의에서는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 UN 사무총장,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 뤽 트라이앵글 국제노총 사무총장 대리, 로베르토 산토스 국제사용자단체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1일 차에는 ‘교육·평생학습·숙련개발을 통한 모두를 위한 평등한 기회와 완전고용, 자유롭게 선택한 고용, 생산적 고용을 증진하는 문제’가 다뤄지고, 2일 차에는 ‘무역·고용·지속가능개발에서 인권과 노동권을 증진시키는 문제’가 논의된다.

ILO 연차총회의 정식 명칭은 국제노동대회(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 연차총회의 정식 명칭은 세계보건대회(World Health Conference)다. 지난 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남반구(Global South)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ILO 사무총장에 당선된 질베르 웅보가 자신의 책임하에 처음으로 조직한 올해 국제노동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주제는 “노동권이 인권”(Labour Rights are Human Rights)이다.

많은 이들이 인권을 내세우지만, 이를 노동권과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예로는 입만 열면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윤석열 정권이 주장하는 ‘노사법치’가 대표적이다. 노사관계의 기반은 ‘노사자치’이지 ‘노사법치’가 아니다. 노사관계를 노사자치에 맡기지 않고 노사법치, 즉 법령으로 지배하고 통제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선총독부의 근로노무정책과 나치 정권의 노동정책을 들 수 있다.

물론 노사관계의 ‘법치화’(rule by law) 경향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노사관계가 후진적인 나라일수록 국가권력이 노사관계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법령이 잘 발달해 있다. 국가권력이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과 방도를 법·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법치라는 미명하에 국가권력이 노사관계, 특히 노동자단체의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ILO가 채택해 온 국제노동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ILO 국제노동기준의 토대를 이루는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1948년 채택)와 단체교섭권 협약 98호(1949년 채택)의 핵심은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을 배제하고 노동자단체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와 통제를 억압(suppress)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국제노동대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노동권이 인권”이라는 ILO의 정책 방향은 “사회정의 없이 항구적 평화 없다”는 1919년 헌장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에 이어 2023년 현시기 ILO가 나아갈 바를 올바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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