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서울지부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원·공무원·교육공무직 노조사무실 크기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추진하면서 노정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례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12일 끝났고, 여당 시의원들은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는 319회 정례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노조들은 “조례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는 탄압이며,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노사합의로 마련한 사무실인데
“노조 자주적 운영 침해 않는다”

서울시의회 노동탄압조례제정 저지 공동대책위는 13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폐기를 요구했다. 공대위는 조례안 통과를 막기 위해 지난 2일 구성됐다. 서울교사노조·서울시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조·서울특별시교육청공무원노조·서울특별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민주일반노조·전교조 서울지부·여성노조 서울지부·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9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조례안은 지난달 30일 심미경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을 포한 여당 시의원 24명이 공동발의했다. 노조사무실 크기를 최소 30제곱미터에서 최대 100제곱미터로 제한하는 내용이 뼈대다. 상주 사무인력 한 명당 기준면적은 10제곱미터로 제한했다.

심 의원은 조례안 발의 이유로 “최소한 규모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서울시교육청이 노조의 자주적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노조 간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이미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노사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사무실이 지원되고 있다”며 “굳이 조례로 규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 법률원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 제한”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이 지방의회에도 번진다고 보고 있다. 공대위는 “지원의 최소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의 한계를 설정해 노동과 노조활동을 탄압하려는 뻔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 법률원은 공대위 요청으로 조례안을 검토한 결과 헌법과 법률을 위반으로 보고 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원칙적으로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입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며 “입법적으로 강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공익적인 목적이 필요한데 노사 간 실질적인 자치를 박탈하고 있는 것일 뿐, 단체교섭권 제한 이외에 어떠한 공익적인 목적도 발견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은 “조례안이 주민인 노조 및 그 조합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데 법률의 위임이 없다”며 “법률의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그 본질상 회의실과 민원실(상담실)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런 부속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면적을 100제곱미터로 한정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는 319회 정례회에서 해당 조례가 의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례 시행 즉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재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 28조는 교육감이 시·도의회 의결사항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하한다고 판단할 경우 시·도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은 학교 서열화가 우려된다며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의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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