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재단이 출범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후원행사를 연다. ‘청년 전태일’처럼 만성적 재정난에도 비정규·하청·플랫폼·프리랜서 등 불안정노동자를 지원해왔지만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전태일재단은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1회 후원의 날 ‘태일이네 문을 열다’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재단의 운영·사업비로 매월 2천5백만원이 든다. 하지만 정기후원금은 1천7백만원에 그친다. 부족한 재정은 뜻있는 노조와 개인 등 특별후원금으로 채워진다. 재단은 “전태일기념관을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한 뒤 예산이 넉넉할 것이란 오해를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재단 운영에 기념관 예산을 한 푼도 섞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태일재단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주로 방송작가·대리운전·라이더·제화·아파트경비·청년 등 취약노동자들이다. 이들 노조 역시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지금껏 재단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전태일 정신’이다. 재단은 “전태일은 돈이 많아서 배곯고 일하는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게 아니”라고 말한다.

갈수록 재단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재정은 더 열악해졌다. 재단은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래서 1984년 기념사업회 시절부터 40년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던 후원의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을 위해 여러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의 기맹기 작가가 후원기금에 동참했다. 가수 정태춘씨와 이선영 MBC아나운서도 개런티 후원에 참여했다. 기금은 불안정 노동자 지원에 쓰인다. 정기후원은 전태일재단 홈페이지에서, 특별후원은 우리은행 1005-201-664676(재단법인 전태일재단) 계좌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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